LG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에 많은 변화를 줬다. 코칭스태프의 핵심 보직인 투수, 타격 코치를 교체했고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새 얼굴로 채웠다. 많은 변화중 가장 눈길을 끄는건 베테랑 3루수 정성훈의 1루수 전환이었다. 프로에서 14년을 3루수로만 뛴 선수가 갑자기 포지션을 변경한다는 자체가 쇼킹한 뉴스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일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했고, 정성훈은 올시즌 1루수로서 벌써 16경기를 치렀다. 제법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일단, 공식 기록으로 실책이 1개도 없는 것이 고무적이다.
하지만 LG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1루쪽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들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팀이 아쉽게 8대9로 패한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그랬다. 6회말 빈볼 사태의 원인이 된 오지환의 송구 장면에서 정성훈이 원바운드 공을 잡지 못해 김태균이 1루에서 세이프 됐다. 여유있는 병살 상황에서 오지환이 무리하게 직접 포스아웃을 시킨 뒤 잡기 불편한 원바운드 송구를 한 부분이 먼저 지적돼야 하는게 맞지만, 1루수라면 그 정도의 원바운드 타구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경기 7회말에도 1사 1루 상황서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한상훈이 친 바운드 타구가 정성훈의 글러브를 맞고 데굴데굴 구르며 중견수 방면으로 느리게 흘러 적시타가 되고 말았다. 기록원은 바운드의 난이도와 타구 코스 등을 고려해 안타를 줬지만 정성훈이 이 타구를 처리해줬더라면 LG의 승산이 높아지는 경기 양상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5-8로 뒤지던 LG는 7회초 투런 홈런을 치며 7-8까지 추격했는데 7회말 곧바로 1실점을 추가해 힘이 빠졌다. 공교롭게도 7회 추격의 투런포를 친 선수가 바로 정성훈이었다.
이날 경기 뿐 아니라 정성훈의 1루 수비가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다. 3루수 출신인 만큼 땅볼 처리나 포구 등에서는 어느정도 안정감이 있지만 시프트 상황이나 번트 대처 등에서는 기존 1루수들과 비교해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온다.
물론 아직은 적응 과정이기에 정성훈의 1루 수비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만을 가질 이유는 없다. 선수 본인도 아직은 완벽히 1루에 적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성훈은 "3루수는 오직 날아오는 공을 잡는데 집중하면 끝이다. 하지만 1루수는 다르다. 주자가 나오면 견제에 신경써야 하고, 수십가지의 넥스트 플레이들을 머릿속에서 그리며 경기에 임해야 한다. 중계 플레이에서의 역할도 3루수보다 훨씬 커 체력 소모도 훨신 심하다"며 "1루 수비가 쉬워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라고 밝혔다. 가장 큰 어려움을 딱 한 마디로 표시했다. 정성훈은 "모든게 반대다. 그게 가장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3루수는 공을 잡고 모든 중심이 왼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 다음 플레이가 모두 왼쪽 방향이다. 하지만 1루수는 오른쪽과 앞쪽 상황들을 봐야한다. 오랜시간 3루수로 뛰며 본능적으로 몸이 왼 방향으로 작동하는데, 이를 의식적으로 제어하는게 가장 힘든 일이 된 것이다. 정성훈은 또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 연습만으로는 커버될 수 없는, 순간 판단이 필요한 어려운 장면들이 많이 닥칠 것이다. 실수도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한 번 실수를 하면 그 교훈으로 다음부터는 절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유지현 수비코치와 1루수 경험이 있는 동료들은 "정성훈이기에 포지션 전환 직후 1군 실전 경기에서 이정도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구센스가 워낙 좋은 스타일이라 큰 무리 없이 새 보직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출전경기 수만 조금 더 늘리면 더욱 완벽한 수비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도 잊지 않았다.
정성훈의 1루수 변신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조금 여유를 갖고 그의 변신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