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선발출전 로티노는 왜 좌익수로 이동했나

기사입력 2014-04-23 06:16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로티노가 포수로 나섰다가 경기 중간에 외야로 이동하는 희귀한 장면을 연출했다.

로티노는 2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8번-포수로 선발출전했다. 넥센은 이날 외국인 투수 밴헤켄을 선발로 내세웠는데, 염경엽 감독은 이미 공언한대로 밴헤켄의 전담포수로 로티노를 출전시켰다. 밴헤켄과 로티노의 세 번째 호흡이었다. 로티노는 넥센에서 주로 좌익수로 출전하고 있지만 미국 시절 포수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의사소통이 수월하고 좌완의 이점이 있는 밴헤켄과 배터리를 이루게 했다. 도루저지에 약점이 있는 로티노이기에, 좌완으로 1루 주자 견제가 가능한 밴헤켄과 함께 하면 최대한 상대 주자를 묶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염 감독은 국내 투수와 로티노의 호흡에 대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로티노의 포수로서 능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포수로서 생소한 한국 무대에서 팀을 진두지휘하기에는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꼬였다. 믿었던 밴헤켄이 초반부터 난조를 보이며 4이닝 7실점하고 강판됐다. 밴헤켄은 로티노와 배터리를 이룬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10일 KIA 타이거즈전 7이닝 무실점, 16일 LG 트윈스전 6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두 경기에서는 밴헤켄이 마운드를 내려올 때 로티노도 허도환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롯데전은 달랐다. 경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로티노가 이날 경기 2루타를 때리는 등 타격감이 좋았다. 때문에 염 감독은 5회초 투수를 마정길로 바꾸며 로티노와 포수 허도환을 바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좌익수를 보던 오 윤 자리에 허도환을 기용해 포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고 로티노를 좌익수로 투입했다. 2-7로 뒤지다 5-7로 추격을 했기에 경기 후반 로티노의 한방을 기대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수는 특수 포지션이다. 다른 야수들이 멀티플레이어로서 활약하는 사례는 많지만, 포수가 다른 포지션을 동시에 소화하는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이다. 그나마 수비가 수월한 1루로 투입되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2012년 6월 1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전에서 두산 포수 양의지가 9회 1루수로 투입된 바 있다.

하지만 1루가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경기 도중 자리를 옮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사례는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19차례 밖에 없었다. 2009년 5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SK전 때 LG 포수 김정민(현 LG 코치)이 10회 포수에서 좌익수로 이동한 게 마지막 사례다. 하지만 이는 경기 막판 접전에서 기용할 선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투입한 경우다. 나머지 사례들도 보통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로티노는 팀이 5-8로 밀리던 7회말 2사 1, 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가 이닝을 종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책으로 만들어준 찬스이기에 로티노의 역할이 중요했다. 로티노는 롯데 투수 김성배를 상대로 6-8 스코어를 만드는 2루타를 때려냈다.

로티노의 존재감은 더욱 중요할 때 발산됐다. 로티노는 7-9로 뒤지던 9회말 무사 1루 찬스서 타석에 들어서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염 감독은 이어진 박동원의 타순에서 대타 문우람을 낼 수 있었다. 허도환-박동원 포수 엔트리를 모두 소모하는 것이지만, 만약 동점이 돼 연장에 가더라도 로티노가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면 되기 때문이었다. 문우람이 강한 투수 앞 땅볼 타구를 만들어 주자들이 2, 3루로 진루했고 서건창이 볼넷을 얻어 만들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이택근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그리고 박병호가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다. 로티노는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쓸 일이 없었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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