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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가오' 떨어지는 모습은 보이지 맙시다."
하지만 김 감독의 스타일을 한다면 이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프로선수, 프로 코칭스태프로서의 체면과 자존심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잃어서는 안된다는 그만의 야구 철학이 이런 빠른 결단을 내리게 했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체면'이다. 예를 들면, 에이스 류제국이 부진한 투구를 했다. 그러면 다음날 훈련을 마치고 지나가는 류제국을 불러 세운다. 그리고 '제국아, 너 어제 체면 많이 떨어졌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준다. 끝까지 류제국을 밀고 가다 실점이 늘어났다. 김 감독은 "우리팀 에이스다"라는 말 한 마디로 교체 타이밍에서 그를 더 고집한 이유를 밝힌다. 그 속에는 그 다음 등판에서 그 체면을 꼭 세우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대구에서 삼성과의 시범경기 2연전이 열리던 때였다. 김 감독은 강상수, 박석진 투수코치와 함께 모처에서 소줏잔을 기울였다. 어느정도 술이 들어간 김 감독은 두 코치에게 "올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갑자기 꺼내더니 "우리가 조금 힘든 일이 있어도, 절대 체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남들 앞에서는 보이지 말자"라고 말했다. 감독 입장에서 팀 사정, 그리고 프로야구 판도를 봤을 때 분명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 위기가 찾아올지 몰랐다.
선수들이 심기일전 하겠다며 모두 머리를 자르고 경기장에 나왔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참 미안한 일이었다. 자신을 잘못 때문에 선수들이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김 감독 입장에서 큰 수치였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팀은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 체면을 위해 자신이 칼을 꺼내들었다. 일본 요미우리 코치 연수 시절 김 감독은 일본의 야구와 문화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김 감독은 때가 됐다고 확신이 섰을 때,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무라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주변의 만류 같은 건 소용 없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