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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9일. LG 트윈스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향후 10년, LG의 뒷문을 지킬 한 젊은 투수의 진정한 신고식이 치러진 날이었기 때문이다. LG 정찬헌이 던진 두 개의 강속구. 이 공 2개에서 LG 불펜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정찬헌의 이날 투구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겠다. 정찬헌은 최근 투구폼을 미세 수정하며 기존 강속구를 유지한 채 제구까지 잡힌 훌륭한 투수로 변신했다. 특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각이 날카로워지며 팀의 필승조로 우뚝 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1사 만루 상황서 최재훈을 상대했다. 초구 147km 몸쪽 꽉 찬 직구 스트라이크가 들어갔다. 하지만 또 볼 3개가 연속으로 들어왔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완전히 벗어난 공들이었다.
자신의 공을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 완벽하게 던져야 상대가 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어찌보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장차 팀의 마무리로 성장할 투수라면 이 위기도 성장의 과정이었다. 양 감독도 팀의 미래를 위해 정찬헌을 끝까지 믿었을 것이다.
3B1S. 볼 1개가 더 들어가면 밀어내기였다. 사실상 결승점이 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정찬헌은 무언가 마음을 먹은 듯 고개를 흔들고, 쉼호흡을 한 번 하고 투구판을 밟았다. 한가운데 147km 직구가 들어갔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내 공을 믿자. 가운데로 던질테니 칠테면 쳐봐라'라는 듯한 표정이 이어졌다. 풀카운트. 다시 한 번 한가운데 146km 직구가 들어갔다. 최재훈도 노림수가 좋고, 컨택트 능력이 있는 타자였다. 하지만 정찬헌의 자신감 넘치는 한복판 강속구에 당황했다. 공을 받아쳤지만 3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병살타. 정찬헌은 포효했다.
정찬헌이 이 과정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팀의 필승 불펜, 그리고 마무리로 확실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공을 믿고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맞을 땐 맞더라도, 내 구위가 이정도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 과감한 정면 승부를 해야한다.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위기 상황. 그래야 넘길 수 있다. 몇 번의 실패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강력한 구위로 실패보다 훨씬 많은 성공을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 야구인은 LG 마무리 봉중근의 투구를 보며 "봉중근의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145km가 넘지 않는 직구지만 '한 번 쳐봐라'라는 식으로 자신있게 가운데로 꽂아넣는 자신감, 그게 봉중근의 가장 큰 무기"라고 설명했다. 물론, 제구와 변화구 구사능력이 좋은 봉중근이지만 마무리 투수로 성공하기까지 가장 큰 그의 무기는 자신감이었다. 실전 경험 뿐 아니라 팀의 마무리 선배를 보며 정찬헌은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좋은 환경 속에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