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사태 봉합, 두산-김동주 모두 루저다

기사입력 2014-07-25 08:28


21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두산 김동주가 삼진 아웃으로 타석을 물러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3.21.

우여곡절 끝에 김동주(38)가 두산 베어스에 잔류하기로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해피엔딩'이다.

전반기 내내 2군에 머물렀던 김동주는 최근 한 매체를 통해 "팀에 자리가 없다면 보내달라"며 공개적으로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여러차례 김동주의 1군 콜업 기회가 있었지만 외면했다. 두산은 올 시즌 탄탄한 타선을 구축했다. 김동주의 쇠퇴한 기량을 감안하면 1군에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트레이드 요청이 알려진 후 송 감독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김동주의 1군 콜업 문제는)내가 책임지는 것이다. 당장 1군에 올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동안 김동주를 방치했던 두산 구단은 부랴부랴 면담을 진행했다. 결국 23일 밤 김승호 두산 운영부장과 김동주가 만나 합의를 도출했다.

구단은 김동주가 1, 2군을 가리지 않고 계약기간 동안 팀에 잔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동주는 올 시즌까지 두산과 계약이 돼 있다. 향후 진로는 구단과 상의하겠다는 의미다.

두산과 김동주가 원만하게 합의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서로에게 생채기를 냈다.

김동주, 프랜차이즈 스타 자격이 있나

김동주 트레이드 논란의 시발점을 보자. 그는 오랫동안 두산의 간판 타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때문에 두산 팬들 사이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저렇게 홀대할 수 있냐'는 얘기가 나왔다. 김동주의 외부 트레이드 요청은 그런 동정여론 속에서 큰 이슈로 부각됐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우선 김동주의 기량이 예전같지 않다. 1군에 올라온다면 3루수나 1루수, 지명타자로 뛰어야하는데, 현재 두산에는 이원석 허경민 최주환 등 능력있는 신예 내야수가 즐비하다. 지명타자로는 홍성흔 오재일이 있다. 외국인 타자 칸투까지 가세해 김동주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아무리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하지만, 팀 전략상 김동주를 기용하기 어렵다.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베테랑이라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선수들을 아우르고,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역할을 주장인 홍성흔이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김동주는 좋은 리더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과거 김동주를 둘러싼 여러가지 좋지 않은 소문이 많았다. 팀보다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것이었다. 그 중 상식에 벗어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에 쉬쉬하며 넘어간 일이 많았다.

지난해를 보자. 김 감독은 선수 기용이나 전술적인 면에서 부족한 게 많았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파이팅을 이끌어 낸 점은 인정해 줄만 하다. 정규시즌 4위 팀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2연패 후 3연승을 거뒀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지난 해 김 감독은 5월 17일 김동주를 2군으로 내린 뒤 끝까지 1군에 올리지 않았다. 당시 김동주의 기용을 두고 김 감독은 두산 팬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김 감독 입장에서는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결국 김동주는 올 시즌 두산에 머물기로 했다. 하지만 갈 데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kt 위즈나 한화 이글스가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봤지만, 두 구단도 난색을 표한다. 9, 10구단이 출범하면서 선수수급이 많이 어려워졌고, 그만큼 베테랑들의 입지도 넓어졌다. 사령탑이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베테랑으로서 리더 역할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김동주는 그런 장점이 없다"고 말한다.

김동주의 트레이드 요청이 알려졌을 때 두산의 한 관계자는 "또 같은 패턴으로 터졌다"고 탄식했다. 이 관계자는 "선수생활에서 중요한 시기 때마다 구단과 상의없이 외부에 먼저 흘렸다.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팀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동주 사건으로 당연히 두산의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오랫 동안 간판 선수로 활약했다는 이유만으로 김동주의 행동이 용납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두산은 잘못이 없나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김동주는 억울할 수도 있다. 두산은 팀을 대표했던 베테랑을 사실상 2군에 방치했다.

두산은 김동주와 같은 선수를 은퇴시키려고 했다면, 미리 언질을 주거나 은퇴 이후 행보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하지만 두산은 그냥 계약기간 만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말이다.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김동주가 경기 전 연습배팅을 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12/
그리고 김동주의 돌출발언이 나왔다. 그러자 부랴부랴 여론에 떠밀려 김동주와 대화에 나섰다.

사실 송일수 감독의 선임으로 김동주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고 봐야 한다. 송 감독이 2군 감독으로 있었을 때 '김동주를 은퇴선수로 분류'하는 보고서를 구단에 올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기자는 송 감독에게 22일 그 사실을 물었다. 송 감독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소문을 부정하면서도 송 감독은 "일본의 경우 기요하라가 은퇴 전까지 현역생활을 고집했지만, 결국 구단과 합의해 멋진 은퇴경기를 치렀다. 김동주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퇴 보고서'에 대한 사실 유무를 떠나, 송 감독은 여전히 김동주를 1군 전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런 구상은 시즌 전에 이미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결정을 송 감독 혼자서 했을까. 한국야구의 현실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송 감독이 '초보 사령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송 감독의 취임으로 김동주의 운명이 사실상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두산은 이 상황에서 김동주에게 별다른 언질을 주지 않았다. 송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원칙적인 얘기만 했다. "김동주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3루 백업으로 최영진(26)을 1군으로 올리는 걸 보고 김동주는 낙담했고, 결국 돌출행동을 했다.

김동주의 돌출발언이 나왔을 때부터 '진흙탕 싸움'의 기운이 감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양 측은 사건을 봉합했다. 그러나 '해피엔딩'으로 포장할 수 없어 보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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