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 "오늘은 굉장히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여준 패가 너무 약했다. 상대 에이스 카드에 맞서 나온 선발투수는 5승을 올리는데 그친 투수. 게다가 부진으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지 못한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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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발 오재영은 너무나 약해 보였다. 염 감독은 "내가 상상한 첫 번째 시나리오는 지나갔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 가야 한다"고 했다. 사실 3차전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원투펀치를 내세운 1,2차전을 모두 잡자는 게 당초 목표였다. 오재영은 크게 기대하지 않은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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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영은 2회말 2사 후 스나이더와 오지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최경철을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첫 위기를 넘겼다. 1회와 3회, 4회는 삼자범퇴였다. 5회 실점이 있었지만, 대량 실점의 위기를 막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칫 대량실점할 수 있는 1사 만루 상황에서 정성훈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실점만 허용했다.
당초 염경엽 감독은 오재영이 5이닝만 막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5이닝 3실점' 정도가 염 감독이 바란 최선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오재영은 이를 초과 달성했다.
5회까지 투구수는 79개. 오재영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이진영과 스나이더를 연속해서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200% 완수했다. 오재영은 충분히 훌륭한 선발카드였다.
오재영은 신인왕을 탔던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투수가 된 경험이 있다. 현대 유니콘스 소속이던 2004년 10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등판해 5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한 뒤 10년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오재영은 "옛날 얘기지만, 그때도 2승2패 상황에서 나가 승리투수가 됐다. 오늘도 1승1패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 이를 악물고 던졌다"며 "한 번 나가는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 솔직히 올해 많이 아쉬웠는데 이 한 경기로 위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LG 팬들의 함성은 큰 압박이 되지 않았을까. 오재영은 "경기 중엔 못 들었다. 마운드를 내려온 뒤에 들리더라. 그런 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며 "야수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호수비 덕분에 위기를 넘겨 좋은 결과가 난 것 같다"고 했다.
오재영은 2004년처럼 우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저희 팀이 약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오히려 다른 팀들이 우리를 경계한다고 생각하니까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