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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실즈(34)는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빅3'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개막을 열흘 정도 앞둔 지금까지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수요가 적은 것은 아니다. CBS스포츠, MLB.com, CNNSI 등은 최근 실즈를 데려갈 수 있는 후보들을 소개하며 4~5개 팀과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즈의 에이전시인 'PSI 스포츠매니지먼트'가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협상을 끌고 가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결국 계약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데려갈 팀이 없는 게 아니다.
게다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실력을 갖춘 선수를 영입하고자 할 때 '경영 마인드'로 접근한다. 구단의 장단기 예산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미다. 아무리 필요한 선수라도 구단 재정이 감당하지 못하면 데려오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그 자체가 사업체다. 일반 기업과 같은 법인이다. 만년 적자에 하위권을 면치 못했던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지난 2005년 연고지를 워싱턴으로 옮긴 이유도 재정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프랜차이즈를 바꾼 이후 꾸준히 전력을 추스르고 팬들을 끌어들인 워싱턴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구단 가치 평가에서 7억달러로 30개 구단 가운데 13위에 올랐다. 몬트리올 시절 최하위 수준이었던 구단 가치를 8년만에 중위권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구단 경영이 호전되니 거물급 FA 영입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워싱턴 구단은 2013년 매출 2억4400만달러, 영업이익 224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해 매출 규모 12위, 영업이익 10위에 올랐다. 이번에 슈어저에게 2억1000만달러를 안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경영 성공 덕분이다. 2010년 이후 워싱턴과 총액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한 선수는 슈어저 말고도 제이슨 워스(7년 1억2600만달러), 라이언 짐머맨(6년 1억달러)이 있다. 여기에 워싱턴은 슈어저와 계약할 때 장기 수익 예측에 따라 총액의 절반을 계약기간 이후로 넘기는 치밀함도 발휘했다. 슈어저는 총액 가운데 1억500만달러를 계약기간 이후 7년간 나눠 받기로 했다.
국내 프로야구단의 사정은 어떨까.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프로야구단은 매년 영업 이익을 계산해 따지는 '온전한' 사업체가 아니다. 모기업의 홍보수단의 틀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단 재정 상태나 장기적인 매출 예상을 통해 선수 영입 여부를 결정하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해당 선수의 실력을 정교하게 판단해 몸값을 책정하는 구단도 없다. 그보다는 우승에 도움이 되느냐가 판단 기준이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없다. 구단 고위층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이번에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가 해당 FA에게 80억원 이상(발표 기준)을 줄 때 적어도 향후 4년간 구단 재정을 고려했는지, 정교한 시스템에 따라 몸값을 판단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만약 13~14승을 보장하는 '제임스 실즈'와 같은 투수가 지난해말 국내 FA 시장에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까지 '무소속'으로 남아있을 리 없다. 국내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는 태생과 존재 방식이 다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