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그만둬도 행복한 '악성 계약'의 수혜자들, 거의 보라스 고객[스조산책 MLB]

최종수정 2025-11-28 00:33

운동 그만둬도 행복한 '악성 계약'의 수혜자들, 거의 보라스 고객[스조산…
LA 에인절스 앤서니 렌던이 내년 연봉 3800만달러를 그대로 보전받으며 이번 겨울 은퇴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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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트라스버그.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2000년대 들어 메이저리그 계약 역사를 살펴보면 '악성' 케이스들이 종종 등장한다.

2억달러 이상에 계약해 놓고 '먹튀'로 전락한 대표적인 선수로 프린스 필더(9년 2억1400만달러), 로빈슨 카노(10년 2억4000만달러),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앤서니 렌던(이상 7년 2억4500만달러) 등이 꼽힌다. 이 중 카노를 제외한 3명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다. 협상의 귀재, 악마의 에이전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보라스 덕분에 이들은 평생 먹고 살 '돈방석'에 앉았지만, 선수 말년은 고통스러웠다. 부상이 이들의 커리어를 가로막았다.

이들 중 막내격인 렌던의 은퇴 소식이 27일(한국시각) 전해졌다. LA 에인절스 구단과 1년 남은 계약을 옵트아웃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렌던은 2019년 12월 에인절스와 FA 계약을 맺고 워싱턴 내셔널스를 떠나 LA에 둥지를 틀었다. 이 계약의 마지막 시즌인 내년 연봉은 3800만달러나 된다. 이 돈을 어떻게 줄까를 놓고 양측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선수 생활을 먼저 정리한 필더, 카노, 스트라스버그도 마찬가지였지만, 구단은 선수가 양보하지 않는 한 계약서에 약속한 돈은 모두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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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랜던.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ESPN은 '렌던의 남은 연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사안은 복잡한 양상을 띤다'면서 '다만 렌던이 해당 연봉의 일부를 추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오프시즌 전력 강화를 계획 중인 에인절스는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렌던은 FA 시장에 나갈 당시 역대 최고의 3루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타율 0.319, 34홈런, 126타점, 117득점, OPS 1.010을 마크하며 NL MVP 투표 3위에 올랐고, 실버슬러거도 차지했다. 에인절스에서 첫 시즌인 2020년 60경기 중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9홈런, 31타점, OPS 0.915로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온갖 부상에 시달리며 연봉만 축내는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상 부위도 사타구니, 무릎, 햄스트링, 엉덩이, 손목, 정강이, 허리 등 다양했다. 결국 올초 스프링트레이닝서 엉덩이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통계를 내보니 렌던은 2021~2025년까지 5년 간 팀이 치른 810경기 중 205경기에 출전했다. '출석률'이 25%에 불과했다. 팀보다는 병원, 트레이닝룸에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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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서 시범경기에 등판한 스트라스버그. AP연합뉴스

스트라스버그는 렌던보다 지독한 '먹튀'였다. 렌던이 에인절스와 계약하기 4일 전 스트라스버그는 원소속팀 워싱턴과 렌던과 같은 조건에 재계약했다. 며칠 뒤 게릿 콜이 뉴욕 양키스와 9년 3억2400만달러에 계약하기 전까지 잠시 투수 역대 최고 몸값 기록이었다.

스트라스버그는 2019년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2경기에 선발등판해 14⅓이닝을 던져 2승, 평균자책점 2.51을 마크하며 시리즈 MVP에 등극, FA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당시 워싱턴은 동시에 FA 자격을 얻은 두 선수 중 스트라스버그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스트라스버그는 계약 첫 시즌 2경기 등판에 그치더니 2023년 말 은퇴하기까지 4년 동안 7경기, 31⅓이닝을 투구한 게 전부였다. 손목, 어깨, 목, 흉곽출구, 갈비뼈 등 안 아팠던 곳이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오른 것은 2022년 6월 10일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였다. 워싱턴 구단은 스트라스버그 계약에 대해 보험을 들지 않아 '생돈'을 줬다고 한다.

워싱턴은 7년 계약 중 남은 2024~2026년까지 3년치 연봉을 지급 유예분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기로 했다. 당초 계약서에는 매년 연봉 3500만달러 중 1140만달러를 추후 지급으로 돌리고 계약기간이 끝난 뒤 3년에 걸쳐 2660만달러씩 나눠주기로 했는데, 이 금액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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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프린스 필더와 추신수. AP연합뉴스
필더는 보라스 사단을 대표하던 거포였다. 2012년 1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FA 계약을 한 필더는 계약 첫 두 시즌 연속 162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주가를 높였으나, 2013년 11월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된 뒤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목 수술을 2번이나 받고 결국 2016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당시에도 남은 연봉을 어떻게 지급하느냐를 놓고 장기간 협상을 벌였는데, 4년간 9600만달러를 디트로이트와 텍사스, 보험사가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

이들 말고도 보라스가 성사시킨 '악성 계약' 선수로 뉴욕 양키스 제이코비 엘스버리(7년 1억5300만달러), 볼티모어 오리올스 크리스 데이비스(7년 1억6100만달러), 콜로라도 로키스 크리스 브라이언트(7년 1억8200만달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달러) 등이 꼽힌다.

악성 계약 피해자는 구단이지, 선수나 에이전트가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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