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답지 않았던 김광현, 5회 치욕의 강판

기사입력 2015-06-02 22:32


kt와 SK의 2015 KBO 리그 kt와 SK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만루 SK 김광현이 kt 이지찬에게 좌익수 앞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후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02/

김광현답지 않았다. 그 결말은 참혹했다.

지난 31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2대3으로 패하며 3연패(1무승부 포함)에 빠졌던 SK 와이번스. 2일 수원 kt 위즈전은 무조건 이겨야 했다. 상대가 최하위 막내 kt인 점도 중요했지만, 이날 선발투수가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지난 지난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무실점 역투, 팀의 5연패를 끊어냈었다. 김광현 덕에 겨우 연패를 끊고 승리를 챙겼던 SK. 곧바로 하락세 모드로 다시 돌아섰다. 이 위기도 김광현이 끊어줘야 했다.

하지만 롯데전 김광현과 kt전 김광현은 완전히 달랐다. 초반부터 좋지 않은 것이 확연히 눈에 보였다. kt 타자들이 김광현의 공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스윙을 했다. 1회 이대형의 2루타와 김상현의 적사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SK가 2회초 2점을 내 역전을 시켰지만 김광현은 2회말 선두 문상철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이지찬과 박경수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또다시 3실점했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150㎞에 이르렀지만, 평균구속은 140㎞ 초반대에 머물렀다. 제구도 잘 되지 않았다. 그나마 경험이 부족한 kt 타자들을 상대로 슬라이더 승부를 해 겨우겨우 위기를 넘기는 식이었다.

그래도 행운이 찾아오는 듯 했다. 팀 타선이 4회초 대거 8득점했다. 10-4 리드. 김광현이 충분히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점수차였다.

하지만 스스로 무너졌다. 5회말만 넘기면 승리 요건. 그런데 흔들렸다. 선두 김상현에게 안타를 맞고 장성우와 문상철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보통 이런 경우 코칭스태프는 교체 고민을 한다. 6점 차이지만 무사 만루 대량 실점 위기였다. 하지만 투수가 김광현이기에 컨디션이 나쁜 것을 알아도 쉽게 교체할 수 없었다. 에이스가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1사 후 이지찬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kt 타자들도 경험은 부족하지만 프로. 너무 지나친 슬라이더 승부에 이지찬이 수싸움에서 이겼다. 낮은 슬라이더를 잘 잡아당겼다. 6-10 추격. 이어진 1사 1, 2루 위기. 4점차이기에 김광현을 믿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용희 감독은 팀 승리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김광현을 강판시키는 강수를 뒀다. 전유수가 등판했다. 전유수는 박기혁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어 등장한 하준호를 삼진, 이대형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김 감독의 냉철했던 선택이 성공한 것이다.

김광현은 승리가 급한 팀 사정 앞에서 개인 승리 요건을 눈앞에 두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이름값을 놓고 봤을 때, 꽤 충격적인 치욕의 강판이었다. 이 결정으로 SK는 위기를 넘기고 연패를 탈출했기에, 김광현 스스로도 덕아웃의 이 결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듯 하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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