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야구는 매번 변화한다. 3~4월이 달랐고, 5월이 또 달랐다. 그리고 6월 들어서는 앞서와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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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의 지표는 여러가지 기록에서 확인된다. 특히나 경기 시간에서 극명하게 확인된다. 이전까지 한화는 KBO리그에서 가장 긴 평균 경기소요 시간을 기록했던 팀이다. 3월에 치른 2경기를 제외하고 4월부터 한화의 평균 경기소요시간(정규 9이닝 기준)을 체크해봤다. 4월에는 3시간28분이 소요됐다. 5월에는 3시간30분이었다. 2개월 연속 리그 최장 경기 소요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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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6월이 되자 한화 야구가 변했다. 물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진행은 확실히 빠르고 다아나믹해졌다. 마치 4~5월의 한화 야구가 장편 대하사극같은 느낌이었다면 6월의 한화 야구는 헐리우드 액션물같다. 4~5월에는 장중하고, 처절하며, 깊은 감동을 줬다. 그래서 때로는 보다가 진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6월에는 빠르고, 화끈하고, 재미가 넘친다. 보고나면 통쾌하다.
당장 경기 시간이 짧아진 점에서 이런 변화가 확인된다. 6월16일까지 집계한 한화의 6월 경기 평균소요시간은 3시간23분. 5월보다 무려 7분이 줄어들었다. 올해들어 처음으로 월간 경기 소요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로 인해 '리그 최장 경기 소요시간팀'의 멍에를 벗었다는 것. 6월의 '느림보 팀'은 3시간26분을 기록한 넥센 히어로즈였다.
이처럼 한화의 경기 소요시간이 줄어든 핵심 요인은 바로 '선발 야구'에 있다. 탈보트와 유먼, 안영명, 송창식 등이 최소 5이닝 이상을 안정적으로 버텨주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불펜 투수들이 나오는 횟수도 줄고, 경기 흐름도 빨라진 것이다. 심지어 탈보트는 지난 9일 대구 삼성전에서 완투승을 따내기도 했다. 경기 시간이 당연히 짧아질 수 밖에 없다.
6월의 경기당 투수 사용 빈도를 체크해보면 이런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6월16일까지 한화는 경기당 정확히 4명의 투수를 사용했다. 전달에 비해 1.41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평균적으로 1~2명은 적게 쓴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까진 전체 6위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불펜 가동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팀 평균자책점은 3.49로 리그 1위다. 선발이 탄탄히 버텨주고, 꼭 필요한 필승조만 나와 실점을 최소화 한 덕분이다. 한화 야구는 확실히 진화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