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에서 주역으로! 이종환이 만든 80일의 기적

기사입력 2015-07-22 09:29


인생의 향방, 앞으로 어떻게 풀려나갈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두 달 하고도 스무날, 딱 80일이 걸렸다. 흔하디 흔한 '대타 카드' 정도로 여겨지던 외야수 이종환이 고향팀 한화 이글스로 돌아와 '주역'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 이제 이종환은 더 이상 경기 내내 벤치만 지키던 '단역'이 아니다. 당당히 주전 멤버로 타순에 이름을 올리는 '주역'이 되어가고 있다.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한화 8회 무사 만루에서 이종환이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7.21
기회는 뜻하지 않은 곳이세 찾아왔다. 이종환은 5월초까지 KIA 타이거즈 선수였다. 하지만 도무지 경기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에는 전문 대타 요원으로 뛰면서 가끔은 우익수로 선발 출전하기도 하면서 총 92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7리(122타수 35안타) 2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2009년 KIA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이종환에게는 이 정도가 1군 무대 '커리어 하이' 성적이었다. 어쨌든 2할9푼에 가까운 성적을 냈으니 올해는 좀 더 기회가 많아지리라 여겼다.

하지만 지난해까지의 KIA와 올해의 KIA는 팀내 환경이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일단 사령탑이 선동열 감독에서 김기태 감독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이종환의 입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은 '최희섭의 컴백'이다. 부상과 마음고생 등으로 인해 그간 1군 무대에서 사라졌던 최희섭은 지난해 말 김기태 감독이 팀을 맡으면서 새로운 의욕을 보였다. 마무리캠프부터 적극적으로 자원해 참가하며 열의를 불태운 끝에 시즌 초반 정상적으로 타순을 지켰다.

분명 KIA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종환 개인에게는 이게 악재였다. 최희섭과 같은 좌타자인 이종환의 입지가 좁아지는 현상이 생긴 것. 이로 인해 이종환은 트레이드가 벌어진 지난 5월4일 이전까지 고작 13경기에 나와 타율 1할8푼8리에 그치고 말았다. 겨우 16타석 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그 가운데 무려 6번의 삼진을 당했다.

그런 이종환에게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역시 트레이드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선수에게는 트레이드 이상의 돌파구가 없다. 이종환에게는 부활의 밧줄이 내려온 셈이었다. 실제로 이종환은 트레이드로 '한화맨'이 된 이후에 월등히 달라진 성적을 내고 있다. 트레이드 이후로만 따지면 타율이 무려 3할(30경기 84타석 24안타)이나 된다. 타석 수가 트레이드 이전 기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났지만, 삼진 갯수는 13개 밖에 안된다. 확실히 타석에서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2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그런 여유와 함께 이종환의 변신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1-3으로 끌려가던 한화가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8회초. 이날 경기 5번타자로 아예 선발출전한 이종환은 4번 김태균이 고의 4구로 걸어나간 무사 만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다.

사실 타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썩 좋지않을 수 있다. 무서운 타자인 김태균을 거르고, '다소 만만한' 이종환에게 승부를 걸어왔기 때문. kt 벤치는 아예 좌완 홍성용이 공을 던졌다. 다분히 좌타자 이종환을 노린 포석이다. 그러나 이종환은 전혀 개의치않았다. 흔들림없이 볼카운트 1B1S에서 홍성용의 3구째 직구(시속 135㎞)를 가볍게 밀어쳐 2타점 중전 적시타로 만들어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무리하게 힘으로 끌어당기지 않고, 임팩트부터 스윙 끝까지 편안하게 팔을 뻗어 타구를 중견수 앞으로 나렸다. 확연히 KIA 시절과는 달라진 타격이다. 한화에 온 뒤 거의 매번 참가하는 특타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고향팀에서 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은 것도 이종환을 새롭게 진화시킨 원동력이다.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지만, 흔들림이 없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팀에 꼭 필요한 타격을 해내는 모습. 이제는 더 이상 '단역'이라 부르기 어려울 듯 하다. 이종환은 분명 후반기 한화의 또 다른 주역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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