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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신인왕 출신 스승은 제자가 신인왕이 되는 걸 보고 싶어했다.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선린인터넷고 훈련장에서 만난 윤 감독은 "둘 다 내년 시즌에 신인왕에 도전하는 투수가 됐으면 좋겠다. 요즘 대형 신인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쪽으로 욕심을 내볼만한 자원이다"고 했다. 교정에 들어서자 35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우승 후 동문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겨울에 해외동계훈련을 계획하고 있는데, 동문회에서 항공료를 부담하기로 했다. 내년 새 유니폼 제작도 윤 감독이 지인을 통해 이미 해결했다.
최근 몇 년 간 대형 신인선수가 나오지 않아 중고 신인왕이 이어지고 있다. 올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김하성(넥센 히어로즈), 구자욱(삼성 라이온즈)도 올해 입단한 루키가 아니다. 윤 감독은 이영하와 김대현이 착실하게 프로를 준비해 신인왕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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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지명을 받은 선수는 보통 10월 초중순에 프로팀에 합류하는데, 올해는 11월에 학교를 떠난다. 이 두 선수에게 프로 준비를 위한 3개월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고교 최고 투수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고교선수일뿐이다.
윤 감독은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변화구 주무기가 하나 필요하다. 두 선수 모두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 여러가지 변화구를 던지는데 고교에서 견딜만한 수준이다. 변화구 제구력이 부족하고 실투도 많은데, 직구 스피드가 좋아 안 맞을 뿐이다. 이걸 알고 프로에 가느냐, 모르고 가느냐의 차이가 크다. 이런 얘길 해주는 게 감독이 해야할 일이다"고 했다.
1992년부터 두산(OB), SK 와이번스에서 20년 가까이 선수를 지도했던 윤 감독은 탁월한 투수 조련사로 인정을 받았다. 뛰어낸 재질을 갖추고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망가진 선수를 수없이 봤다.
프로에 가서도 중요하지만, 어떠게 준비를 하고 가느냐도 중요하다. 프로 지명 후 프로팀에 합류할 때까지 긴장이 풀려 망가지는 선수가 있다. 지나친 휴식은 '약'이 아닌 '독'이다. 귀를 즐겁게 하는 덕담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프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제자들에게 해줄 말이 많은 윤 감독이다.
"고교 랭킹 1~2위라고 해도 프로에 가면 그 정도 선수는 많다. 학부모들이 '프로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데, 프로에서 안 해준다. 이젠 다 됐다가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했다. 그는 "프로에 가서도 나는 신인이라서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면 금방 시간이 지나간다. 신인 때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또 잡아주지 못하면 영영 못 올라올 수가 있다"고 했다. 들뜨기 쉬운 신인 때 차분하게 프로의 틀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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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제자에게 생존법을 전수해주고 싶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어떻게 다시 잡을 것인지, 프로에서 좋은 코치가 조언을 해주겠지만, 본인이 찾아갈 수 있는 공식같은 루트를 알려주고 싶다.
그는 "반복하다보면 무너져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밖에서 아마야구를 볼 때 생각한 게 있다. 조금 뻔해보이지만, 기본기가 충실한 선수가 아쉬웠다. 프로에서 기본이 없는 선수는 페이스가 올라가도 벽을 뚫지 못하고 내려오더란다. 기본이 잘 돼 있는 선수는 고비가 와도 부상없이 넘기는데, 그렇지 못한 선수는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부상같은 악재로 무너질 때가 많았다. 윤 감독이 강조하는 90m 롱토스는 게임 때 사용하는 어깨 앞근육이 아닌, 뒷근육 강화를 위한 것이다. 뒷근육이 버텨줘야 길게 오래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