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타자 정근우'를 이끌어낸 정현석 컴백효과의 실체

기사입력 2015-08-10 09:52


꺼질 듯 했던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기운을 잃고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듯 했던 한화 이글스는 다시 제자리를 되찾았다. 시즌 두 번째 5연패의 충격을 말끔히 씻어내며 5할 승률 고지와 '5위'자리를 금세 되찾았다.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5회말 1사 1루에서 정근우가 좌중월 역전 투런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9/
이런 재반등의 바탕에는 불굴의 투혼을 앞세워 암을 이기고 돌아온 '정현석 컴백 효과'가 있다. '인간승리'의 아이콘으로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린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큰 시너지 효과를 끼쳤다. 정현석의 합류로 인해 '정근우 리드오프' 카드가 등장할 수 있었다. 타순의 최적 조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 정현석이 팀에 합류하기 이전, 한화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득점력 저하'였다. 5연패 기간의 총 득점은 19점으로 경기당 평균 3.8점에 그쳤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이용규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이용규가 지난 7월31일 대전 KIA전에서 사구에 의한 종아리 부상으로 빠진 뒤부터 한화는 흔들렸다.

한화는 거짓말처럼 이 경기에서부터 5연패에 빠졌다. 이용규가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앞에서 득점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하니 중심타선의 타점 생산 능력도 덩달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한화 김성근 감독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일단은 강경학에게 '리드오프 1번' 자리를 맡겼는데, 성에 차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이제 막 커나가고 있는 선수 아닌가. 아무래도 이용규에 비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강경학 1번 카드'에 대한 아쉬움을 밝힌 적이 있다.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정현석이 1회말 1사 1,3루에서 1타점 적시안타를 치고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7/
당시 현장에서 기자는 김 감독에게 "그렇다면 현재 팀내에서 최적의 1번 카드는 누군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김 감독은 지체없이 답을 내놨다. "그거야 정근우지." 하지만 곧바로 정근우를 1번 타자로 쓰지 못하는 이유도 밝혔다. "정근우가 1번으로 가는게 가장 좋은데, 그렇게 되면 중심타선이 허전해진다. 중심에서 쳐 줄 선수가 부족하다."는 대답이 나왔다. 결국 중심타선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타자가 부족해서 '정근우 1번'의 최적 카드를 쓰지 못한다는 뜻이다. 무리하게 정근우를 1번으로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일 뿐이었다.

그런데 김 감독의 이러한 고민을 바로 정현석이 해결해줬다. 마침 김 감독이 '정근우 리드오프'를 쓰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은 5일 SK전 때 1군 무대에 돌아온 정현석은 경기 후반 대수비로 나와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비록 이 경기에서는 3대7로 지며 5연패를 찍었지만, 김 감독은 정현석의 타격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정근우 리드오프-정현석 5번타자' 조합이다. 정현석의 타격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에 중심타선에서 역할을 맡길 수 있게 됐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정근우를 내심 바라던 '리드오프'로 돌리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근우 리드오프'는 이용규의 부상 공백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대안이다.


한화 이글스 정현석(왼쪽)이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타격훈련을 하며 정근우(등번호 8번)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현석의 컴백으로 인해 정근우는 1번 타자로 나설 수 있게 됐다. 김성근 감독이 바라는 최적의 타순 조합이었다. 결국 이로 인해 한화는 다시 상승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8.07/

그리고 이런 타순 조정은 곧바로 확실한 성과로 이어진다. 6일 대전 LG전부터 9일 대전 롯데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1번 정근우-5번 정현석' 조합이 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화는 일단 이 4경기에서 3승1패를 달성했다. 그 결과 '5할 승률'과 '리그 5위' 자리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었다.

리드오프로 나선 4경기에서 정근우의 타율은 무려 5할3푼3리(15타수 8안타)에 달했다. 이용규의 부재를 시원하게 잊게해준 놀라운 활약이 아닐 수 없다. 정현석 역시 5번 타순에서 4경기 동안 3할3푼3리(18타수 6안타)로 펄펄 날았다. 9일 롯데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살짝 부진했지만, 이전 3경기의 타율은 4할(15타수 6안타)에 달했다. 김 감독이 정근우를 마음놓고 1번으로 돌릴 수 있던 건 바로 이러한 정현석의 활약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정현석은 팀에 '투혼' 뿐만이 아니라 '최적의 타순'까지 함께 가지고 돌아온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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