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KBO리그 최대 불가사의 둘은 NC 에릭 테임즈와 한화 에스밀 로저스였다. 테임즈는 사상 첫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고 타율 0.381(1위), 출루율 0.497(1위), 장타율 0.790(1위) 등 타격 전반을 휩쓸었다. 로저스는 지난 8월 한국에 오자마자 마운드를 지배했다. 3차례 완봉승과 1차례 완투승을 기록하는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메이저리그에서 버티지 못하고 온 선수들이라는 점. 테임즈는 메이저와 마이너를 왔다갔다했고, 로저스는 뉴욕양키스 추격조에서도 밀려 마이너로 떨어졌다가 한국땅을 밟았다.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은 테임즈는 내년에도 NC에서 뛰고, 로저스의 미래를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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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켈리(6타수 1안타)와 두산 니퍼트(4타수 1안타), 삼성 임창용(1타수 1안타) 피가로(2타수 1안타) 안지만(3타수 1안타) 심창민(1타수 무안타), 넥센 조상우(4타수 2안타) 김영민(4타수 무안타) 한화 로저스(4타수 무안타) KIA 윤석민(1타수 무안타) 양현종(2타수 무안타) kt 장시환(1타수 무안타) 조무근(2타수 무안타) LG 소사(7타수 2안타) 이동현(2타수 무안타) 정찬헌(1타수 무안타) NC 스튜어트(6타수 1안타) 해커(2타수 무안타). 53타수 10안타, 타율은 0.188이다. 홈런은 피가로를 상대로 1개를 때려냈고, 삼진은 16개를 당했다. 김광현(SK)은 상대할 기회가 없었다.
메이저리그 타진 가능성이 있는 두산 김현수는 이 투수들을 상대로 82타수 20안타(0.243)였다. 홈런은 2개, 삼진은 11개.
강정호(피츠버그)의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현지에선 강속구 적응과 수비불안 해결이 관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국내에서도 빠른볼에 상당히 능한 선수였다. 사령탑들은 이구동성으로 '통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현실은 95마일(153㎞) 이상 직구를 구경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강정호는 적응했고, 성과를 냈다. 누구나 강정호가 될 순 있지만 아무나 되진 않는다. 미국에 가기만 하면 맞춤옷처럼 척척 메이저리그와 궁합이 맞을 순 없다.
물론 20여년전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도전 때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비난이 쇄도했지만 결과는 도전정신의 대승리. 손아섭이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메이저리그 외야에서 살아남을 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 박찬호가 10% 이하라던 가능성을 보기좋게 뚫었듯이 손아섭에게도 가능성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단한 희생과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손아섭의 속마음을 헤아릴 수 없고 도전의 진위여부는 더더욱 알수 없다.
현실적으로, 또 냉정하게 보면 건곤일척 승부는 아니다. 크게 잃은 것은 없어 보인다. 확실한 보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마이너를 전전해도 유턴하면 최대 90억원을 받기도 한다. 이것이 국내 현실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