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이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구장에서 멕시코와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 조별예선 4차전 경기를 펼쳤다. 1회 무사 1, 2루에서 김현수가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득점에 성공한 정근우, 이용규가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1.14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테이블세터. 한화 이글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정근우(33)와 이용규(30)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신화의 주역이자 여전히 후배들이 뛰어넘기 힘든 산. 서른 살이 넘어서도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은 탑클래스다.
그러나 둘의 조합에서 오는 효과, 파괴력이 프리미어 12에서는 좀 덜한 느낌이다. 정근우는 그나마 제 몫을 하고 있지만, 이용규의 타격감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앞둔 김인식 감독이 1,2번 타순에 변화를 줄 지 관심이다. 단기전에서는 아무래도 '감'이 좋고 '기' 센 선수가 중책을 맡아야 한다는 게 중론. 두산 베어스도 한국시리즈에서 허경민-정수빈으로 구성된 테이블세터가 펄펄 날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용규는 8강전까지 5경기에 출전했지만, 21타수 4안타 타율이 1할9푼 밖에 되지 않는다. 출루율은 2할6푼1리, 장타율도 1할9푼이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승부치기에서 보내기 번트에 실패하는 등 그만의 장점이 사라졌다. 볼넷(2개)보다 삼진(5개)이 부쩍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올 정규시즌 124경기에서 볼넷이 68개, 삼진은 45개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경기가 마음 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1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 앞서 구토 증세를 호소했다. 다음날엔 탈수 현상까지 나타나 현지 병원에서 렁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용규 놀이', 특유의 밀어치기를 기대하는 건 사실 욕심일 수 있다. 주변 환경이 좋고, 쉴 시간이라도 충분했다면 모르겠지만, 이번 대회는 경기 시간부터 모든 게 엉터리다.
정근우라고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건 아니다. 25타수 7안타 타율이 2할8푼이다. 그래도 3개의 볼넷을 곁들여 적절히 출루했다. 2루타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방을 폭발하며 단숨에 득점권에 위치했다. 가뜩이나 그는 이번 대표팀 주장이다. 벤치에서, 그라운드 밖에서 누구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위치다. 언제나 캡틴 완장은 무거운 법. 정근우는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당한 굴욕적인 패배에 굴하지 않고 선수단을 잘 이끌었다.
이에 따라 정근우의 타순은 유지하되 2번 자리에 칼을 대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9일까지 이용규의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선발 라인업에서 빼거나, 타순을 내려 부담감을 덜어 주는 식이다. 실제로 현재 테이블세터를 맡을 수 있는 야수 가운데 민병헌(0.571)의 타격감이 아주 좋기 때문에 그를 1,2번 중 한 곳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병헌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톱타자 임무를 맡아 금메달 획득에 일조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포스팅 절차에 들어간 손아섭도 후보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선수들의 몸 상태다. 민병헌은 도미니카전에서 공에 맞아 왼 발이 퉁퉁 부었다.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당일에는 신발을 신지 못할 정도였다. 점차 붓기가 가라 앉고 있다 해도 매일 부상 정도를 체크해야 하는 상황. 손아섭도 어깨가 좋지 않다. 타격은 괜찮은데 수비가 문제다. 16일에도 9회초 대타로 나와 유격수 땅볼을 기록한 뒤 9회말에는 대수비 나성범으로 교체됐다. 즉, 이용규가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고 민병헌, 손아섭이 함께 뛰는 건 힘들다는 얘기다. 하나 더, 차선책으로 만약 타순 조정을 한다고 해도 과연 이용규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이 선택도 쉽지 않다. 그나마 9번 자리가 유력한데, 이는 아주 잘 치고 있는 김재호를 흔드는 꼴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생애 첫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김재호의 이번 대회 성적은 12타수 6안타, 타율이 무려 5할이다.
결국 이용규가 살아나야 한다. 그것이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시나리오이고, 일본 '괴물' 오타니 쇼헤이를 무너뜨리기 위한 최고의 선발 라인업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김인식 감독도 개막전 영봉패 뒤 "이용규와 정근우는 순서가 바뀔 순 있어도 변함없이 테이블세터진으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