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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루프'(Time Loop). SF 영화에서 즐겨 사용하는 소재다. 자고 일어났는데 '오늘'이 무한 반복되는 현상이다. 같은 삶, 같은 고민…. 방점은 반복에 찍힌다.
차우찬은 지난해 31경기(선발 29경기)에 등판해 13승7패, 평균자책점 4.79로 삼성의 정규시즌 5연패를 이끌었다. 173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은 모두 194개. 넥센 히어로즈 에이스 밴헤켄(193개)을 제치고 타이틀 홀더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 경기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도 거푸 세웠다. 2014시즌까지 그가 가장 많이 솎아낸 삼진은 11개. 지난해 6월4일 포항 롯데전에서 타이 기록을 세웠다. 9월3일 인천 SK전에서는 12개로 1개 늘렸다. 그리고 사실상 1위 결정전으로 주목받은 9월22일 대구 NC전. 7⅓이닝 14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차쇼' 소리를 들었다.
이처럼 차우찬은 선발로도, 또 불펜으로도 빼어난 피칭을 한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모두 결정구로 사용하며 타자를 윽박지른다. 이상적인 4피치 투수. 그렇다고 신체조건이 특출난 건 아니다. 1m85, 80㎏으로 평균에 가깝다. 하지만 회복력이 남달라 좀처럼 근육 뭉침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다음날 멀쩡하다.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김현욱 삼성 트레이닝 코치도 "몸을 잘 쓰는 투수다. 팀에서 회복이 가장 빠른 투수"라고 했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잘하는 투수다. '전천후'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얻는 게 아니다. 포지션에 대한 사령탑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르다. 원정 도박 파문으로 마무리 임창용이 방출됐다. 안지만 윤성환의 거취는 두고봐야 한다. 탈삼진 타이틀로 선발 검증 작업을 완벽히 마쳤지만, 류 감독이 선뜻 보직을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오히려 그는 괌 1차 캠프를 떠나기 전 "오키나와에서 실전을 치르며 안지만을 마무리로 쓸지, 차우찬을 쓸지 결정하겠다. 그 때 던지는 걸 보고 보직을 정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차우찬이 크게 서운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올 시즌을 건강히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 그는 선발로 뛰든, 불펜으로 뛰든 몸값과 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 더욱이 이번 오프시즌 불펜 투수 정우람이 84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받고 한화에 새 둥지를 튼 상황.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선발과 불펜의 가치가 엇비슷하다. 즉, 차우찬에 '전천후'라는 이름표는 시장에서 자신을 더욱 어필할 수 있는 무기다. 실제로 국내뿐아니라 해외에서도 벌써 차우찬의 이름이 각 구단 스카우트 영입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