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로저스 초반 공백, 한화의 대안은?

기사입력 2016-03-22 03:07


"계속 보고받으며 기다리고 있다."

시범경기에 나타난 한화 이글스의 전력은 분명 지난해에 비해 향상됐다. 특히 투수력이 강화됐다. FA로 영입한 정우람이 이름값을 하고 있고, 송창식 박정진 권 혁 등 기존의 필승조도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장민재의 '진화', 신인 김재영의 '발견' 그리고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윤규진과 이태양의 '가세' 등 호재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찜찜한 불안요소가 있다. 시즌 초반 레이스에 커다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바로 팀의 에이스로 나서줘야할 외국인 1선발 에스밀 로저스의 공백이다. 시범경기에서 로저스를 볼 수 없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서산 2군 전용훈련장에서 몸을 다시 만드는 중이다.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시범경기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현재 서산에서 재활 중이다. 그러나 개막이 열흘 밖에 남지않은 시점이라 현재 페이스라면 개막 선발로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시즌 초반 에이스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월 고치 캠프에서 피칭 훈련을 하는 로저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현재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나 컨디션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선발 투수의 시즌 준비 패턴과 스케줄에 비춰보면 개막전 선발로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빨라야 4월 중순 이후에나 출격할 수도 있다. 한화가 에이스 공백 상태에서 초반 레이스를 치뤄야 한다는 뜻이다.

로저스의 팔꿈치에 본격적으로 이상이 생긴 건 고치 스프링캠프 막판 때였다. 초반에는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았다. 로저스는 여느 외국인 선수와는 달리 지난 1월15일부터 시작된 고치 1차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단과 동행했다. 이어 2월1일에 첫 불펜 피칭을 했다. 원래 로저스는 더 일찍 불펜 피칭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고치의 쌀쌀한 날씨 등을 감안해 오히려 코칭스태프가 말릴 정도였다.

어쨌든 로저스는 1차 불펜피칭에서 직구 25개, 커터 15개로 총 40개의 공을 던졌다. 구위나 컨디션, 투구 밸런스는 괜찮았다. 이를 본 김성근 감독은 "매우 진지하게 던졌다"고 평가했고, 로저스 본인도 "첫 불펜 피칭에 만족한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5일 뒤 2차 불펜 피칭에서도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투구수 30개를 정상적으로 채웠다. 여전히 구위는 좋았다. 타자를 세워놓은 채 라이브 피칭도 한 차례 소화했다.

하지만 오키나와로 이동하기 직전에 팔꿈치에 통증이 발생했다. 한화는 즉시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으로 보내 검진을 받게 했는데,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도 조심하는 차원에서 로저스는 오키나와에서는 불펜 피칭을 하지 않은 채 체력 강화 위주의 훈련 스케줄만 소화했다. 물론, 연습경기 등판도 건너 뛰었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지난 2월 20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체력 및 스트레칭 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2.20.
캠프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서도 이같은 스케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귀국 후 곧바로 서산 훈련장으로 내려간 로저스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피칭에 들어가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병원 검진도 추가적으로 받았으나 큰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 역시 "트레이닝 파트로부터 계속 보고를 받고 있다. 상태를 지켜보는 중"이라고만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에 대한 외부의 섣부른 예측이나 부정적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현재 훈련 과정상 로저스의 시즌 개막전 또는 홈개막전(5일 대전 넥센전) 선발 등판은 어렵다는 것이다. 리허설 과정을 거치지 못해서다. 보통 선발투수들은 시범경기 초반부터 실전에 나와 투구수를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일종의 리허설 과정이 필요하다. 시범경기에 최소 3차례 정도 등판하는 게 일반적이다. 적게는 3이닝(투구수 40~50개) 정도부터 시작했다가 5이닝 이상까지 던져봐야 정규시즌에 페이스를 완전히 맞출 수 있다. 로저스는 지금 이 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설령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가 급격히 호전돼 당장 실전에 나설 정도가 됐다고 해도 역시 개막 초반 투입은 어렵다. 일단 리허설 과정이 부족한데다 한 차례 통증이 생겼던 만큼 팀 차원에서 오히려 페이스를 늦출 공산이 크다. 이왕 개막 시점 투입이 어렵다면, 오히려 템포를 더 늦춰 보다 완벽한 상태로 기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급하게 썼다가 통증이 더 크게 재발한다면 시즌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시즌 초반 '로저스 공백'에 관해 김성근 감독은 어떤 대안을 만들어뒀는 지, 그리고 로저스는 과연 언제쯤 팀의 에이스로서 활약할 수 있을 지가 한화의 시즌 초반 운명을 좌우하는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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