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글로 시작된다. 잘 되는 집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가족간에 사랑이 흐르고, 우애가 두터우며, 근심없이 건강하고 화목하다. 반면 안 좋은 집은 돈, 자녀 문제, 건강 등 세상사 온갖 문제가 얽혀 불행해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요즘 한화 이글스를 보면서 '불행한 가정'의 '여러가지 불행한 이유'가 떠오르는 까닭이 뭘까.
잠재해 있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분출하는 듯 하다. 많은 야구인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화 뒤에 김 감독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팀 운영에 있다고 말한다. '김성근 야구'를 특정지었던 마운드, 불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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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14일 경기 1회 2사후 등판해 4⅓이닝 동안 12실점을 한 송창식(31)을 두고 "스스로 (투구)감을 찾길 바랐다"고 했다. 난타를 당하면서 90개의 공을 던진 송창식은 프로 2~3년차 새파란 젊은 선수가 아닌, 2004년 프로에 입단한 베테랑, 온갖 궂은 일을 묵묵히 수행해 온 선수다. 김 감독은 해당 선수를 모욕하고, 팬들을 절망하게 하고, 동료 선수들의 의욕을 꺾는 발언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애초부터 '혹사' 혹은 '존중'이라는 개념은 김 감독의 머릿 속에 없는 듯 하다.
외국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는 2군에 머물고 있다. 몇몇 주축 선수들은 부상 후유증으로 가동 중단 상태다. 선수 부상에서 자유로운 팀은 없다고 해도, 유독 한화에 주축 선수 부상이 많은 이유가 뭘까. 마무리 캠프, 전지훈련 기간에 가장 오랜 시간 훈련에 매달렸던 팀이 이글스다. 한 프로야구 현역 감독은 "자원이 저렇게 좋은데, 저런 성적이 난다는 게 미스터리하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한화는 외부 FA 이용규 정근우 권 혁 송은범 배영수 정우람 심수창 등을 영입해 전력을 키웠다. 다른 팀이 부러워하는 전력 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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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게 시즌 전체고 팀의 미래다. 대다수 감독이 선수 운영을 얘기할 때 '팀당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얘기한다. 써보고 안 되면 내팽개거나, 당장 오늘 경기 승리와 시즌 성적에 목매고, 훈련량이 경기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선수를 몰아세우면서, 기계부품처럼 생각하는 지도자로는 선수 마음을 사기도 어렵고 미래를 얘기할 수도 없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화는 단기적인 성적에 집착했다. 노 지도자의 옛 명성, 카리스마에 기대어 성적을 내보려고, 70대 감독을 영입해 변화를 꾀했다. 프로야구 흐름과 조금 다른 행보였다. 그만큼 구단은 성적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누구도 3년, 5년 뒤 한화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 한화 관계자들은 "애초부터 단기적인 성과를 바라고 김성근 감독을 모셔온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아프게 다가올 것 같다. 미래뿐만 아니라 지금 성적, 두 개를 모두 놓치면 한화 암흑기는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답답한 현실에 갖혀있는 한화 선수들이 태업을 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김 감독이 취임한 지난해 초반에도 구단 안팎에서 나돌았던 얘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