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연패탈출의 실마리, 득점권 타격개선

기사입력 2016-04-19 04:47


내우외환의 위기. 시즌 초반 2승11패로 최하위에 몰린 한화 이글스가 처한 상황이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제 겨우 전체 시즌의 9%에 불과한 13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 시기에 섣부른 처방은 오히려 팀을 더 어지럽게 만들 수 있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김태균이 1회말 1사 1,2루에서 이성열의 병살타때 2루에서 포스아웃 되고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15/
그래서 지금은 승리가 필요하다. 체력이 바닥난 환자에게 당장 강한 약을 쓰는 것보다는 먼저 기를 보충해 약효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순서인 것과 마찬가지다. 여러 악재와 5연패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진 팀 분위기와 선수들의 자신감, 팬 정서를 추스르려면, 일단 이겨야 한다. 물론 승리가 문제 해결의 근본 대책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더 쉽게 끌어낼 순 있다.

지금의 한화 전력을 감안하면 승리가 쉽진 않다. 근본적으로 투수력에 빈틈이 많다. 18일 현재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7.00)은 꼴찌다. 팀 상황을 볼때 투수력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적어도 팔꿈치 통증을 털어내고 불펜 피칭을 시작한 로저스가 돌아오는 5월초는 돼야 한다. 이때쯤이면 이태양과 안영명 송신영 등도 얼추 돌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기댈 것은 몇 안되는 '장점'의 극대화다. 2승11패의 와중에도 그나마 타선이 중간은 한다. 한화의 팀 타율만은 2할7푼2리로 전체 5위다. 결국 타선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승리 확률을 조금은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 여러 수치들이 그 개선점을 가리킨다. 바로 득점권 타격이다. 여기서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팀 타율이 5위임에도 득점력이 턱없이 낮다는 게 근거다. 한화의 팀 득점과 타점은 각각 47점, 43으로 가장 낮다. 잔루도 108개로 리그 최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넥센 5회말 2사 1,3루에서 김민성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고척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13/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다. 한화와 엇비슷한 팀 타율 및 총 안타수, 잔루수를 기록 중인데, 득점력은 월등히 높다. 넥센은 한화보다 1경기 많은 14경기를 치러 2할7푼의 팀 타율을 기록했다. 타율은 2리 낮은데, 안타수는 129개로 4개 많다. 잔루는 102개로 한화보다 불과 8개 적다. 여기까지는 넥센과 한화가 비슷하다. 그런데 팀 득점은 71점으로 한화보다 무려 24점이나 많다. 팀 타점도 22개나 많은 65개다.

이런 극명한 차이는 득점권의 공격 성향에서 나온다. 올 시즌 넥센은 10개 구단 중 득점권 타율(116타수 38안타, 타율 0.328)이 최고다. 반면 한화(132타수 28안타, 타율 0.212)는 리그 꼴찌다. 이 차이는 지금의 순위 차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넥센의 잔루가 한화와 비슷했던 건 단지 1루 주자들이 조금 더 많이 남았던 것 뿐이다.

또한 득점권 상황에서 넥센 타선이 병살타를 2개 밖에 치지 않은 반면, 한화는 무려 7개나 쳤다. 여기에 연관된 의미있는 스탯이 있다. 득점권 상황에서의 '땅볼/뜬공' 비율이다. 리그 평균치는 1.07인데, 넥센은 0.73이고 한화는 1.83이다. 이는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넥센 타자들은 땅볼보다 뜬공을 많이 쳤고, 한화 타자들은 거의 2대1에 가까운 비율로 땅볼을 많이 쳤다는 걸 뜻한다.


어차피 적시타가 아니라면 땅볼보다는 뜬공이 좀더 효율적인 팀 배팅이다. 외야 뜬공은 적어도 병살 확률은 줄여준다. 대신 아웃카운트를 1개만 늘리면서 주자의 진루 혹은 득점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크다. 넥센의 득점권 희생플라이(4개)가 한화(1개)보다 많은 게 증거. 이에 반해 땅볼은 상대 내야수비가 탄탄할 경우 병살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득점권에서 한화의 병살타가 리그 최다(7개)인 이유다.

결국 한화 타선은 득점권 상황에서 보다 집중력있는 팀 배팅을 할 필요가 있다. 적시타를 보다 많이 치는 게 최우선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가능한 공을 띄우는 스윙이 필요할 듯 하다. 확실한 건 지금으로서는 타선의 힘이 한화가 지닌 유일한 무기라는 점이다. 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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