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정우람, 불펜진이 엮은 한화의 연패 마감기

기사입력 2016-04-21 22:59


한화 이글스 마무리 정우람.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과 주장 정근우는 최근 부진한 팀성적과 관련에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지난 19일 선수단 전체가 삭발한 모습으로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임했는데, 다음날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선수들 가족에게 미안하다. 팬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21일 롯데전을 앞두고는 정근우가 "어제 기사를 통해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신 걸 봤다"며 "우리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좋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이제 잘 극복해서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틀에 걸쳐 사령탑과 팀의 대표가 심기일전의 각오를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연패를 끊고자 하는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결과로 보여주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최근 우리는 4점 이상 낸 적이 없다. 마운드가 4점 이내에서 막으면 타선이 막히니까 계속 결과가 안좋게 나온다"며 투타 불균형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 한화는 지난 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대5로 승리한 뒤 전날 롯데전까지 12경기 연속 4득점 이하에 그쳤다. 마운드가 체계적이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타선이 집중력을 잃은 것도 연패의 원인이라는 뜻이다.

이날 롯데전에 한화는 김민우를 선발로 냈다. 그가 긴 이닝을 버텨주면 다행이지만, 5이닝을 채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게 현재 한화의 마운드 사정. 김민우는 1회말 한 타자도 잡지 못하고 4안타 1볼넷으로 5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초 선취점을 빼냈지만, 곧바로 역전을 당해 분위기를 추스르기도 어려워 보였다.

패배의 위기감이 1회부터 시작된 것이다. 적어도 송창식이 추가 실점을 면할 때까지는 그랬다. 김민우에 이어 등판한 송창식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진 뒤 4회 선두타자를 내보내고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박정진은 4회 무사 1루서 등판해 후속 3타자를 범타로 막아내고, 5회 선두 최준석에게 볼넷을 허용하고는 윤규진으로 교체됐다. 김 감독의 마운드 운용 방식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계투 작전.

그 사이 흐름은 조금씩 한화쪽으로 흘렀다. 구원투수들이 추가 실점을 막아내는 동안 타자들이 힘을 내면서 연패 마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이 경기전 강조했던 집중력이 찬스마다 표출됐다. 2회초 2사 3루서 이용규의 우측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한 한화는 2-5로 뒤진 4회 무사 1,2루서 차일목의 희생번트로 2,3루를 만든 뒤 하주석이 좌중간 적시타로 2점을 불러들여 4-5, 한 점차로 따라붙었다. 벤치의 작전이 적중했던 4회에 이어 5회에는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김태균의 중전안타와 김경언의 좌월 2루타로 무사 2,3루. 롯데가 선발 박세웅에 이어 사이드암스로 김성배를 내자 한화는 왼손 타자 이성열을 대타로 투입했다. 이성열은 김성배의 128㎞ 포크볼을 그대로 잡아당겨 우전 적시타를 때리며 6-5로 전세를 뒤집었다. 계속된 1사 1,3루서는 차일목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도망갔다. 5회까지의 공방전은 6회부터 불펜 싸움으로 이어졌다.

윤규진이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뒤 7회에는 왼손 권 혁이 등판해 1⅓이닝 동안 롯데 타선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틀 전 블론세이브를 했던 마무리 정우람은 나머지 1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9회초 차일목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한 한화의 9대5 승.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전서 이긴 뒤 11일만에 시즌 3승째(13패)를 거둔 한화. 김 감독이 애타가 기다렸던 투타 밸런스가 모처럼 빛을 발한 경기였다. 송창식, 박정진, 윤규진, 권 혁, 그리고 마무리 정우람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은 베테랑 불펜투수들이 연패를 끊은 공신들이었다. 이날 5명의 불펜진은 합계 9이닝 동안 5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