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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분위기를 추스르기도 쉽지 않다.
주중까지만 해도 롯데는 팀분위기가 엉망이었다. 지난달 29일부터 5월1일 NC 다이노스에게 3연전 스윕을 당했다. 이어 3~5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3연전도 모두 내줬다. 6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순위가 9위까지 곤두박질쳤다. 6연패 동안 마운드는 그런대로 버텼지만, 타선이 침묵하는 바람에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주중 광주 3연전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조원우 감독은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더 힘들지 않겠는가"라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경기가 유난히 풀리지 않았다. 주자가 나가면 병살타가 나오고, 투수를 바꾸면 적시타를 맞는 등 벤치의 작전도 먹혀들지 않았다. 타선 침묵의 원인이 시즌초 주포로 활약했던 황재균의 부상 이탈 때문이라며 이런저런 이유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계기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연패의 장기화를 피할 수는 없다.
3연전 마지막날에는 롯데가 박세웅, 두산이 허준혁을 선발로 내세웠다. 각각 팀내 4,5선발인만큼 타격전이 어느정도 예상됐던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는 39개의 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이었다. 승부가 갈린 시점은 롯데의 7회초 공격이었다. 앞선 6회말 수비서 8-8 동점을 허용한 롯데는 7회 11명의 타자가 나가 안타 6개와 볼넷 2개를 묶어 5점을 뽑아내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전까지 롯데가 앞서가면 두산이 쫓아오는 경기 흐름이었는데, 7회 단 한 번의 찬스를 대량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롯데는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다. 답답하기만 했던 타선이 봇물처럼 터졌다.
두산과의 3연전 스윕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안정감이 없어 보였던 타자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큰 소득이다. 3경기에서 롯데 타자들은 42안타를 치며 29점을 뽑아냈다. 타선 침묵은 잊혀졌다. 뭔가 막혔던 것이 풀리면 상승세가 길어질 수 있다. 이번 3연전서 타격이 돋보였던 타자는 문규현 정 훈 손용석 등 하위타선 선수들이다. 또 최준석은 중심타자의 위용을 뽐냈고, 김문호는 타격 1위다운 감을 과시했다.
조 감독도 레이스 운영에 관해 소중한 경험을 했다. 레이스가 힘들다는 것을 처음 겪어봤을 것이다. 경기 후 조 감독은 "6연패 동안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지만, 다시 잘 극복해서 강팀과의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실점을 한 다음에 곧바로 추가점을 내준 타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였고, 지난주와 이번주까지 투수들이 계속 힘을 내줬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