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부재' 시대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74) 감독이 허리디스크 수술로 병원에 입원한 지 5일이 지났다. 퇴원 후에도 한 동안은 집중 치료 과정이 이어지기 때문에 긴 시간 공백이 불가피하다. 지난 5일부터 한화는 김광수 수석 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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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코치들의 역할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듯 하다. 물론 한화 코치들은 그간 본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려운 구조에 있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김 감독의 지시 사항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훈련 내용을 보고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생긴 돌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복귀 일정이 불투명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김광수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여러 코칭스태프가 더욱 적극적으로 팀을 이끌 필요가 있다. 이걸 감독의 권위와 지휘권을 흔든다거나 도전한다는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다만 분명한 원칙은 필요하다. 일단 김광수 수석코치가 중심이 돼야 한다. 코치진이 저마다 중구난방격으로 의욕을 앞세우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김 수석코치가 김성근 감독이 돌아오기 전까지 감독대행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다른 코치진을 이끌겠다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다음으로는 선수들의 편이 돼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감싸줘야 한다. 선수들이야말로 지금 가장 힘든 시기에 처한 대상들이다. 세상에 지기 위해서 경기에 나서는 프로선수는 없다. 한화 선수들도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다.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다닌다. 그 과정에서 외야수 최진행은 어깨뼈 골절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승리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생기는 상실감만 해도 엄청날텐데, 자칫 실수를 하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 팬들의 비난까지 쏟아진다. 그러면 의욕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걸 위로해주고 다시 힘을 내도록 이끌어줄 사람들이 바로 코치다. 감독의 부재를 한탄만하거나, 선수들의 실수를 무작정 질책하는 건 지금 한화 코치들이 가장 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금 선수들이 기댈 대상은 코치들 뿐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