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부재시대', 한화 코치들이 해야할 일

기사입력 2016-05-09 12:00


'감독 부재' 시대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74) 감독이 허리디스크 수술로 병원에 입원한 지 5일이 지났다. 퇴원 후에도 한 동안은 집중 치료 과정이 이어지기 때문에 긴 시간 공백이 불가피하다. 지난 5일부터 한화는 김광수 수석 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kt가 한화를 상대로 7대4로 승리했다. 5연패를 당한 한화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고개를 떨구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5.08
한화 선수들은 지금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전까지 사실상 팀 운영의 모든 부문을 쥐고 있던 김 감독이 자리를 비우자 지휘 체계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선수단 내부적으로는 "이럴때일 수록 힘을 내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지만, 이런 다짐은 막상 경기에 돌입하면 금세 사라진다. 결국 한화는 김 감독 부재 이후 4연패에 빠졌다. 선수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이걸 선수들의 결의 부족으로만 볼 수는 없다.

지금이야 말로 코치진들이 힘을 발휘할 때다. 이런 시기에 선수들을 다독이고 하나로 모아야 할 책임은 바로 코치들에게 있다. 김 감독의 부재로 인해 코치들 역시 당황스럽겠지만, 그래도 팀을 하나로 모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연패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다독여 다시 싸울 수 있는 힘을 북돋아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코치들의 역할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듯 하다. 물론 한화 코치들은 그간 본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려운 구조에 있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김 감독의 지시 사항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훈련 내용을 보고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생긴 돌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복귀 일정이 불투명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김광수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여러 코칭스태프가 더욱 적극적으로 팀을 이끌 필요가 있다. 이걸 감독의 권위와 지휘권을 흔든다거나 도전한다는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분명 여전히 한화의 지휘권은 김성근 감독에게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일시적인 핸디캡으로 팀을 이전처럼 지휘하지 못하는 비상 시국이다. 이런 시기에 코치진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김 감독에 관한 도전일 순 없다. 지극히 당연한 비상 시국의 지휘 방식이다. 대통령의 부재시에 국무총리가 전면에 나서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분명한 원칙은 필요하다. 일단 김광수 수석코치가 중심이 돼야 한다. 코치진이 저마다 중구난방격으로 의욕을 앞세우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김 수석코치가 김성근 감독이 돌아오기 전까지 감독대행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다른 코치진을 이끌겠다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다음으로는 선수들의 편이 돼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을 감싸줘야 한다. 선수들이야말로 지금 가장 힘든 시기에 처한 대상들이다. 세상에 지기 위해서 경기에 나서는 프로선수는 없다. 한화 선수들도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다.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다닌다. 그 과정에서 외야수 최진행은 어깨뼈 골절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승리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생기는 상실감만 해도 엄청날텐데, 자칫 실수를 하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 팬들의 비난까지 쏟아진다. 그러면 의욕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걸 위로해주고 다시 힘을 내도록 이끌어줄 사람들이 바로 코치다. 감독의 부재를 한탄만하거나, 선수들의 실수를 무작정 질책하는 건 지금 한화 코치들이 가장 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금 선수들이 기댈 대상은 코치들 뿐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