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28일 롯데에 9대6으로 이겼다. 경기후 시즌 네번째 만원관중을 기록한 대전구장은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응원가가 터져 나왔다. 경기후 김성근 감독은 환호를 받았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권혁과는 따로 악수도 나눴다. 시즌 두번째 3연승. 3할승률(0.311) 등극.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화의 승리에 박수를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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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이 취재진에게 언급한 송창식 권혁 투입 불가는 대국민 약속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작전이 바뀔 수 있다. 야구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경기후 "둘이 자원등판했다"고 말했다. 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겠지만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동료가 마운드에서 볼을 던지고 있는데 "내가 던지겠다"라고 말하는 투수는 없다. 동료가 볼을 던지다 다쳐 마운드에 설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누군가가 던지고 있는데 "내가 나가겠다"고 하는 건 동료를 무시하는 행위다. 실제 이런 일은 경기중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투수교체는 투수코치와 감독의 판단으로 100% 이뤄진다. 자원등판의 실상은 투수코치와 감독이 교체투수 타이밍을 보던 중 "오늘 던질 수 있겠느냐"라고 의사를 타진하면 "네, 던질 수 있습니다"라고 답하는 것. 이것이 이른바 자원등판인 셈이다.
선수는 경기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경기는 생활이자 직업이자, 전부다. 이 때문에 오버페이스 하기 쉽다. 스스로 절제할 수 있지만 코칭스태프가 간절한 눈빛을 보낼 때 이를 외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코칭스태프가 장기 레이스를 위해 선수를 절제시켜야 한다. 숲 속에선 숲이 보이지 않는 이치와 같다.
송창식과 권혁은 이미 많이 던졌다. 권혁은 올시즌 모든 투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경기(28)를 던졌다. 36⅓이닝을 던졌는데 이 또한 불펜투수 중 최다이닝이다. 지난해 이맘때도 27경기에서 41⅔이닝을 던졌다. 역시 불펜 최다 이닝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해는 5월말 평균자책점이 3.46이었는데 지금은 4.21로 나빠졌다는 점이다. 송창식 역시 올시즌 25경기에서 35이닝을 던졌다. 지난해 5월말까지 불펜투수 중 최다경기에 나섰던 박정진은 5월말 평균자책점이 1년만에 2.89에서 8.37로 악화됐다.
페넌트레이스는 말 그대로 레이스다. 레이스는 도중에 1위가 꼴찌가 될수도 있고, 꼴찌가 1위도 될 수있다. 작은 구간은 의미가 없다. 144경기를 충실하게, 긴 호흡으로 치러야 한다. 지난해 한화는 후반기에 힘이 떨어지는 큰 교훈을 얻었다.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너무 밀리다 보니 최악의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금 젖먹던 힘까지 짜내 약간의 분위기만 반전시키면 뭔가 새로운 흐름이 도래할 것 같지만 그래봐야 10경기를 넘기지 못한다. 아직도 98경기가 남았다. 한화 출신 한 해설위원은 "한화 선수들이 많이 지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5월이 지나지도 않았다. 한화 팬들이 더 자주 웃고, 올여름 야구장에서 짜증을 덜 느끼게 하려면 씨감자마저 솥에 넣어선 안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