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노경은·고원준, 성적으로 말할 때

기사입력 2016-06-01 04:36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1일 노경은과 고원준을 맞바꾸는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스포츠조선 DB.

진부한 표현이지만, 야구로 보여줄 일만 남았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노경은, 고원준을 맞바꾸는 1대1 트레이드에 전격 합의했다. 31일 오후 6시30분쩨 창원과 부산에서 경기가 시작될 즈음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이번 트레이드는 양 팀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합의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와 구단의 갈등이 있었다. 노경은이 선수 생활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이 있다"며 "고원준은 선발과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했다. 롯데 관계자도 "선발진 강화를 위한 트레이드다. 노경은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들어 선발진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나이나 구위로 볼 때 노경은의 가치가 상당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모든 트레이드가 그렇듯 당장 누가 이득을 봤는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한화 이글스 트레이드 때 곁가지로 언급됐던 김광수(KIA)가 펄펄 날고 있듯 승자와 패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두산도 4년 전 오재일과 이성열을 맞바꿨을 때 온갖 비난을 받다가 지금은 오재일이 팀의 4번 타자로 우뚝 서지 않았는가. 빠르면 1년 안에, 늦으면 5년 이상 뒤에야 나타나는 게 트레이드 효과다.

핵심은 둘 모두 변화가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노경은은 4월 말 구단과 갈등 관계에 놓였고, 고원준은 몇 년 동안 1군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 하지 못했다. 과연 얼마나 더 기회를 줘야 하나. 이 선수를 언제, 어떻게 써야하나.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통상 이럴 경우 '바뀐 환경'이라는 자극이 필요하다. 즉시 전력감이든, 가공의 과정이 필요하든, 구단이 나서 인위적으로 칼을 댈 필요가 있다. 두산 관계자도 "당장 고원준에게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카드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양쪽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오랜 논의 끝에 노경은과 고원준을 맞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노경은과 고원준은 새 팀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롯데에는 김성배 최준석 등 두산에서 뛰던 선수가 있고, 두산에도 장원준 오장훈 등 롯데 출신 선수가 꽤 된다. 둘 역시 친정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제2의 야구 인생을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잘 아는 한 야구인은 "현재 두산은 1위를 질주 중이지만 불펜진이 두텁지 않다. 롯데도 5선발 체제가 구축되지 않아 좀처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며 "서로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트레이드"라고 의견을 보였다. 아울러 "이번 트레이드는 김태형 감독과 조원우 감독의 각별한 사이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노경은과 고원준 모두 잘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무조건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