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불안하다는 김성근 감독, 마운드 기조 바꿀까

기사입력 2016-06-08 00:23


◇7일 KIA를 상대로 시즌 두번째 5연승을 달성한 뒤 김성근 한화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김성근 한화 감독은 7일 대전 KIA전에 앞서 이례적으로 "덜 불안하다"고 했다. 경기중 걱정되고 불안했는데 요즘엔 "타자도 그렇고, 투수도 그렇고 그렇게 불안 불안 하지 않다. 알아서들 잘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소 막연한 얘기지만 김 감독의 솔직한 심경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2점차 리드에서 막판 마무리 정우람이 무사 2,3루를 허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렇게 불안하지 않았다. 위기였지만 우리 선수들이 알아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화는 당시 삼성을 상대로 3연전 스윕을 완성했다. 또 7일 KIA를 상대로는 5대3으로 승리하며 5연승을 달성했다. 지난주 8년만에 5연승을 기록했는데 1패 뒤에 곧바로 또 5연승이다. 9위 kt와의 승차는 1게임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탈꼴찌 목표를 넘어 중위권 혼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시즌 초반 마구 밀릴 때와는 김 감독의 표정이 다르다. 말수도 늘었고, 경기전 취재진과의 간담회 중 농담도 하고 자주 웃는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언급한 부분은 성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얘기지만 잦은 퀵후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성적으로 드러났고, 일정부분 김 감독도 이에 대한 변화 필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윤규진과 장민재 송은범 등 한화의 토종선발들의 책임이닝은 다소 늘어났다. 퀄리티 스타트 수준은 아니어도 시즌 초반처럼 2이닝, 3이닝에 주자가 나가고 1,2점만 주면 무조건 바꿀 때와는 달라졌다. 7일 경기에서도 이같은 장면이 나왔다. 선발 윤규진은 3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하다 4회 들어 크게 흔들렸다. 실점은 선두타자 3번 김주찬에게 맞은 좌월 1점홈런이 전부였지만 나지완 이범호 필에게 예사롭지 않은 타구와 파울이 계속 나왔다. 전반적으로 볼이 높았다. 위험신호였다. 더욱이 이날 KIA 선발은 한화를 상대로 완봉승까지 거뒀던 헥터였다. 힘겨운 투수를 상대로 어렵사리 경기초반 3점을 뽑았는데 승리를 내준다면 아쉬움은 두배, 세배다. 전날 휴식일이어서 일요일 59개의 볼을 던진 정우람을 제외하고는 권혁 송창식 심수창 박정진을 총출동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한차례 정민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간 뒤 윤규진으로 계속 밀어붙였다. 윤규진은 무사히 4회를 넘긴 뒤 5회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5이닝 1실점 선발승을 챙겼다. 팀승리도 중요하지만 선발투수에게 승수는 힘겨웠던 노력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선물이다. 지난주 장민재(7이닝 1실점)도 마찬가지다. 워낙 좋은 피칭을 이어나갔지만 아예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믿을만한 필승조가 있는 상황에서 벤치가 조바심을 내면 곧바로 교체할 수 있었다.

선발 투수의 책임 이닝이 많아진다는 것은 리드나 박빙의 승부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여전히 필승조의 이닝 부담은 적지 않다. 향후 눈여겨 볼 대목은 7일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있는 송신영(6월1일 SK전 ⅔이닝이 마지막) 김재영(올시즌 5게임, 6월4일 삼성전 1이닝이 마지막) 김용주(5월22일 kt전 이후 등판없음)의 등판 여부다. 이들은 거의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라도 이들이 마운드에 오른다면 김 감독의 마운드 운용 기조에 유의미한 변화가 왔음을 수치상으로 인지할 수 있다. 김 감독은 10%의 확률만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운영한다. 물론 전력을 쏟아부어 패한다면 데미지가 더 크지만 이는 프로구단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 한화 팬들이 열광하는 경기 스타일의 근본 바탕이기도 하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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