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강판 레일리, 왜 롯데 두가지 선택은 아쉬웠나

기사입력 2016-06-18 19:47


롯데 레일리의 역투 장면.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롯데 선발 레일리는 많이 아쉬웠다.

7회를 버티지 못했다. 컨디션은 매우 좋았지만, 결국 결과는 평범했다.

18일 부산 SK전 선발로 등판했다. 6⅔이닝 9피안타 3피홈런 7탈삼진 4실점했다.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3회까지 6개의 탈삼진. 매 이닝 2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 SK 타선을 압도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SK는 전날까지 3경기 연속 두자릿 수 이상 득점을 올리며 타격 사이클이 절정이었다. 날카로움을 지닌 SK 타선을 묶었다는 것은 레일리의 공 자체가 그만큼 위력적이었다는 의미.

5회까지 팽팽한 투수전. SK 선발 켈리 역시 롯데 타선을 무득점으로 꽁꽁 묶었다.

하지만 6회 최승준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뒤, 7회 이재원과 김강민(투런홈런)에게 홈런을 맞고 4실점했다.

레일리의 컨디션은 절정이었지만, 팀 승리로 연결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야수진의 선택도 있었다.


롯데는 이날 8회까지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켈리가 역투했지만, 득점 찬스도 있었다. 4회였다. 아두치, 최준석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

이때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강공을 선택했다. 희생번트를 할 수도 있었지만, 강민호의 강한 타격과 미숙한 번트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3루수 앞 땅볼을 날린 강민호는 트리플 플레이의 희생양이 됐다. 3루수 최 정이 베이스 터치한 뒤 2루, 1루로 이어지는 삼중살을 만들었다.

결국 레일리는 롯데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담감 속에서 마운드를 운영해야만 했다.

5회 수비도 아쉬웠다. 레일리는 5회 위기가 있었다. 5회 이재원과 박재상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고메즈를 3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이때 약간의 변수가 있었다. 3루수 황재균은 약간의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는데, 포구한 뒤 3루 베이스를 밟고 1루로 던졌다. 2루, 1루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선택한 대신, 3루 주자를 잡은 뒤 병살타를 노리는 모습.

하지만 타자 주자는 발이 빠른 고메즈였다. 결국 2사 주자 3루 상황이 1사 주자 1, 2루가 됐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레일리의 제구력이 수준급이라는 점. 폭투가 나와서 3루 주자에게 어이없는 실점을 허용할 확률은 낮았다. 게다가 팀 승리를 위해서는 레일리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었다. 이날 롯데는 발목 염좌부상을 입은 마무리 손승락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윤길현을 마무리로 쓸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필승계투조의 중량감이 확연히 떨어지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즉, 선발 레일리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틴 뒤 윤길현에게 직접 바통을 넘겨주는 게 롯데가 승리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았다. 즉, 레일리의 투구수를 줄여주는 순간적인 수비 판단이 필요했지만, 황재균은 그러지 못했다.

또 하나, 올 시즌 레일리의 투구수 별 피안타율을 살펴보면 1~15구(3할)를 제외하고, 61~75구(2할6푼1리) 76~90구(3할1푼1리)가 가장 떨어졌다.

즉, 황재균의 수비 선택은 레일리의 투구수를 오히려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이런 롯데 야수들의 공수 선택은 레일리에게 많은 부담이 됐다. 결국 경기 초반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레일리는 6회부터 힘이 떨어졌다. 그리고 7회 홈런 2방을 허용하며 강판돼야만 했다. 롯데가 최근 부진한 이유인 투타 엇박자의 단적인 모습들이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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