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강경학, 밀려난 유격수 포지션 되찾을까

기사입력 2016-06-21 12:56


포지션 경쟁은 비정한 싸움판이다. "우리 서로 같이 잘해보자"같은 덕담이 성립될 수 없다. 레귤러, 주전선수는 1명 뿐이다. 다른 경쟁자는 백업이 될 뿐이다. 그래서 팀워크와는 별도로 포지션 경쟁을 하는 선수들 사이에는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의 법칙이 성립하게 마련이다.

현실이 그렇다. 비슷한 연차의 선수들이 경쟁을 하는데 한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면 그 기회는 곧장 다른 선수에게 돌아가는 게 프로의 냉정한 현실이다. 물론 같은 팀의 일원으로서 동료가 아프길 바라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부상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렇게 우연히 생긴 기회를 완전히 자기것으로 만들어 주전 자리를 꿰찬 케이스가 프로야구 역사에는 넘쳐난다.


◇한화 이글스 강경학이 상대 슬라이딩을 피하며 날쌘 점핑 송구로 더블플레이를 완성시키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한화 이글스 내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굳혀가는 듯 했던 하주석(22)이 부상으로 빠지며 잠시 무대 한켠으로 밀려났던 강경학(24)이 새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무대 중심에서 밀려난 서러움을 경기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강경학은 다시금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찰수도 있다. 본인 하기에 달렸다.

사실 지난해 한화 주전 유격수는 강경학이였다. 지난해 120경기에 나왔는데 이중 총 98경기에서 선발 유격수로 나와 팀내 포지션 최다 출전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 초부터 입단 1년 후배인 하주석에게 완전히 밀려버렸다. 스프링캠프 때만해도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리라고는 예상되지 않았다. 서로 출전 기회를 나눠가지며 경쟁할 것으로 보였다. 강경학은 강경학대로, 하주석은 하주석대로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하주석의 강력한 장점이 주목받았다. 하주석은 타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무엇보다 파워가 있다. 하위타선에서 장타 혹은 홈런을 때려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시즌 초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올해 59경기에 나온 하주석은 타율 2할8푼2리에 6홈런 28타점, 장타율 4할3푼6리로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하주석이 다쳤다. 허벅지 부상으로 지난 17일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화 구단측은 완치에 3~4주가 걸린다고 밝혔다. 한 달 가량 공백이 생긴 것이다.

강경학이 다시 주목받을 차례다. 하주석에게는 불행이지만, 강경학에게는 행운이다. 온전히 한 달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경학이 자신의 장점을 보여준다면 밀려나버린 주전 경쟁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kt와 한화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6회말 kt 이대형이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치고 1루 송구가 빠진 사이 2루까지 뛰어 세이프되고 있다. 한화 유격수는 하주석.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16/
강경학이 하주석에 비해 나은 점은 수비다. 공격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지만 수비력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강경학은 120경기에서 1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하지만 하주석은 59경기에서 벌써 실책을 10개나 했다. 사실 유격수는 수비력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러나 하주석은 여전히 결정적인 순간 실책을 반복하는 단점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기량이 완성되면 나아지겠지만, 아직까지는 하주석의 수비력은 B급 이하다. 강경학도 A급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하주석보다는 안정적인 면이 있다. 강경학이 하주석과의 경쟁에서 앞서려면 이걸 더 부각시켜야 한다.

결국 새로 얻은 기회에서 강경학은 더욱 정교하고 안정된 수비를 보여야할 필요가 있다. 타격도 하루 아침에 나아지진 않겠지만, 치밀한 전략과 각오를 갖고 임해야 한다. 아웃이 되더라도 투구수를 늘리게 하는 식으로 확실한 자기 캐릭터 및 타격 전략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모습이 한 달간 지속된다면 입지는 달라질 수 있다. 강경학의 반격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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