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유격수 고영우, 지금 그를 지켜봐야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6-06-21 10:49


5월 28일 열린 광주 NC 다이노스전. KIA 고영우가 5회말 무사 1,3루에서 1타점 좌전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주전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사실상의 빈자리. 젊은 후보가 넘쳐나는데, 누구도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KIA 타이거즈의 유격수 포지션이 그랬다. 기대가 컸던 유망주는 들쭉날쭉 안정감을 주지 못했고, 수비가 좋은 내야수는 타격이 부족했다. 여러 선수가 오고가는 동안 코칭스태프의 고민도 이어졌다.

올해 KIA의 개막전 유격수는 김주형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주로 나섰던 강한울 박찬호 대신, 스프링캠프부터 준비해 온 '유격수 김주형 카드'를 내세웠다. 주로 3루 백업, 대타로 출전해 온 김주형에게 내야 수비의 핵, 센터라인은 낯설었다. 수비와 기동력에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타격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선택, 고육지책이었다. 시즌 초 김주형은 코칭스태프의 신뢰에 부응해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데,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수비 불안에 따른 부담이 컸다.

김주형에 이어 유격수가 주 포지션인 강한울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박찬호와 최병연도 선발 유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누구도 공수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유격수는 수비가 우선이긴 해도, 팀 사정상 공격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올시즌 유격수 선발 출전을 경험한 타이거즈 선수는 김주형부터 강한울 박찬호 최병연 고영우까지 총 5명이다. 20일 현재 강한울이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118타석, 김주형이 102타석, 고영우가 22타석, 박찬호가 4타석, 최병연이 3타석에 섰다. 타격적인 능력만 놓고보면 김주형이 가장 좋은데, 요즘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고영우(26)다.


6월 17일 LG 트윈스전 3회 KIA 고영우가 득점을 올리며 이범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동성고,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44순위로 타이거즈 입단. 고영우는 여러가지 재능을 가진 멀티 플레이어다. 내야 전 포지션에 외야 수비까지 모두 가능하다. 한때 스위치 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비능력을 갖추고도 늘 타격능력이 발목을 잡았다. 입단 초기부터 코칭스태프로부터 "타격이 좀 되면 쓰임새가 많을텐데 아쉽다"는 얘기를 들었다. 임팩트가 부족하다보니, 늘 변방을 맴돌았고 1,2군을 오르내렸다.

KIA 관계자는 "유격수로서 포구와 스로우 모두 안정적이다.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 성실성을 보면 최고의 선수다. 잘 풀렸으면 좋겠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고영우는 빈자리를 채우는 대체요원이 아닌, '주전 유격수'다. 20일 현재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리(33타수 10안타), 4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10안타를 때렸는데, 한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다. 최근 선발 출전이 늘었다.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선발로 나선 6경기 중 5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18타수 6안타 타율 3할3푼3리에 2타점, 2득점, 2도루. 안정적인 수비는 기본이고, 공격 기여도도 높았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고영우가 3회초 무사 만루에서 김주찬의 내야땅볼때 득점을 올리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6.17/
6경기 중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게 4게임이다. 지난 14일 두산전에는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유격수, 2루수 포지션으로 이동해 수비를 소화했다. 19일 LG 트윈스전 때는 선발 유격수로 나서 좌익수를 봤다. 명실상부한 멀티 플레이어의 면모를 보여준 셈이다.


물론, 아직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아 끌 능력, 꾸준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고영우가 앞으로 보여줄 게 많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고영우의 동생은 kt 위즈의 언더핸드스로 투수 고영표(25)다. 올시즌 27경기에서 1승3패5홀드, 평균자책점 5.97을 기록한 동생은 필승조의 일원으로 입지를 굳혔다.

고영우가 주전으로 도약한다면, 형제간의 맞대결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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