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이터 김광현과 양현종, 많이 던져야 산다

기사입력 2016-06-24 11:58


SK 와이번스 김광현이 23일 LG트윈스의 경기에서 10대2 완투승을 거두고 포수 이재원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6.23/

SK 와이번스 김광현과 KIA 타이거즈 양현종, 두 선수는 올시즌을 마치면 나란히 자유의 몸이 된다.

둘 다 2년전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올시즌 종료 후 이들의 거취를 향해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에도 김광현과 양현종이 등판하는 경기에는 어김없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몰려들고 있다. 둘 다 FA 신분이 되기 때문에 포스팅 금액, 즉 이적료 없이 영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선수 모두 아직 해외 진출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미 두 선수의 기본적인 실력에 대한 분석은 끝났겠지만, 올시즌 어떤 피칭을 하느냐에 따라 평가의 수준은 달라진다. 수치로 나타난 성적은 몸값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등판 때마다 최선의 투구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두 선수는 지난 23일 나란히 등판해 올시즌 최고 수준의 피칭을 펼치며 다시 한 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광현은 인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실점 완투승을 따냈다. 자신의 통산 8번째 완투로 이는 지난해 6월 7일 LG를 상대로 거둔 9이닝 3안타 무실점 완봉승 이후 약 1년만에 나온 값진 완투였다.

양현종은 광주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7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의 호투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양현종은 올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9개의 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101개의 공을 던졌다.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가 많아 스트레스가 쌓였던 양현종은 이날 5득점을 지원한 타선의 도움도 받으며 시즌 첫 2연승을 달렸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는 투구이닝이다. 이들은 김광현과 양현종을 선발투수로 여기고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오랜 이닝을 던지느냐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닝 이터'의 면모를 지니고 있느냐를 꾸준히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두 투수 모두 이닝 이터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공교롭게도 두 투수는 현재 투구이닝 부문서 1,2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7이닝을 보탠 양현종은 전체 투수중 유일하게 시즌 100이닝을 돌파했다. 15경기에서 100⅓이닝을 마크했다. 선발 등판 평균 6.69이닝도 전체 투수중 1위다. 올시즌 최고의 이닝 이터이 양현종인 셈이다. 양현종은 올해 완투도 두 번이나 했다. 모두 패하기는 했지만, 이닝 이터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광현은 15경기에서 98⅔이닝을 기록, 양현종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이날 LG전에서는 투구수 조절에 성공하며 모처럼 완투를 이끌어냈다. 최소한 3~4개의 공을 던져야 하는 삼진과 볼넷을 각각 13개, 3개를 마크했음에도 완투를 했다는 것은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투구수를 아꼈다는 의미다. 이게 바로 이닝 이터의 면모다. 올시즌 김광현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은 kt 위즈와의 개막전 뿐이다. 당시 4⅔이닝 동안 9안타를 맞고 7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이후 한 번도 조기강판하지 않았다. 7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7번이나 된다.

양현종도 5회 이전 마운드를 내려간 경기는 한 번 뿐이며, 7이닝 이상 투구는 7번이다. 퀄리티스타트는 김광현이 12번으로 전체 1위이고, 양현종이 11번으로 2위다. 니퍼트, 보우덴, 레일리, 켈리, 헥터 등 외국인 투수들의 강세 속에서 두 좌완 에이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부분이 투구이닝이다. 양현종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오늘 100이닝을 넘어섰는데 이닝 욕심이 많은 만큼 스스로에게 뿌듯하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전체 투수들중 처음으로 시즌 100이닝을 돌파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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