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정교했던 SK선발 플랜 B, 두산 어떻게 무너뜨렸나

기사입력 2016-06-26 19:30


SK와 두산의 2016 KBO 리그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1사 1,3루 두산 박건우가 중견수 뒤 담장을 넘어가는 재역전 3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26/

SK와 LG의 2016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SK 김주한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21/

SK B 플랜은 나쁘지 않았다.

김용희 감독은 며칠 전부터 고심했다. 26일(일요일) 인천 두산전 선발 문제였다.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5선발 문승원이 나가야 했다. 최근 두 경기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15일 삼성전에서 2이닝 6피안타 3실점, 21일 LG전에서 3이닝 6피안타 4실점했다.

상대는 최강 두산이었다. 선발이 초반 삐끗하면, 그대로 경기를 내줄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김 감독은 "5선발을 고심하고 있다. 문승원으로 갈 지, 아니면 다른 카드를 내밀 지 고심 중"이라고 했다. 선택은 김태훈이었다.

145㎞의 위력적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한 만년 기대주.

또 다른 대비책이 있었다. 선발이 일찍 위기를 맞을 경우, 상황에 따라 사이드암 김주한, 우완 정통파 정영일이 대기하고 있었다. 또, 리드를 잡을 경우 이른 시점에 김승회 채병용 등을 모두 투입할 복안이었다. 다음날 휴식일(월요일)인 점을 모두 고려한 정교한 플랜 B였다.

김태훈의 구위와 경기력은 괜찮았다. 초반 두 차례의 위기가 있었다. 두산은 역시 매우 탄탄한 타선을 가지고 있었다. 타격 사이클도 좋았다.


1회 2사 이후 민병헌의 안타와 김재환의 볼넷. 하지만 김태훈은 에반스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김태훈의 구위를 볼 때 1회 위기를 넘겼다는 것은 롱런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 하지만 두산의 타선은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상-하위 타선이 모두 제 몫을 한다는 점이다.

2회 양의지를 유격수 앞 땅볼, 오재원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허경민과 김재호가 연속 안타를 때려냈다. 2사 1, 3루 찬스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박건우가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그야말로 '적시'에 터뜨린 안타였다. 두산이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선취점은 두산의 몫이었다.

곧바로 김태훈은 국해성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2사 만루가 됐다. 타석에는 민병헌이었다. 이 타석이 중요했다. 무너질 수 있는 기로에 서 있었다. 하지만 김태훈은 147㎞ 높은 패스트볼로 삼진처리했다. 그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SK는 곧바로 2득점, 역전에 성공했다.

김태훈은 사투를 벌였다. 3회 김재환을 1루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김주한으로 투수가 교체됐다. 김태훈이 전력으로 50개의 공을 뿌렸다는 점, 선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매우 적절한 교체였다.

김주한 역시 사이드암 투수로 매우 위력적인 볼을 뿌린다. 게다가 타석에 들어설 에반스가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에게 1할4푼3리로 매우 부진하다는 점도 감안됐다.

이닝을 짧게 끊어서, 투수를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SK의 분석과 의지가 들어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김주한은 에반스를 유격수 앞 땅볼, 그리고 양의지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SK 플랜 B가 통하는 듯 했다.

4회가 중요했다. 4회만 리드를 잡은 채 넘기면, SK는 투수력을 총동원,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필승계투조가 일찍 투입될 수 있었다.

두산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오재원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역시 허경민과 김재호가 포진한 두산의 하위타선은 '중량감'이 있었다.

2회와 마찬가지로 연속 안타로 1사 1, 3루의 찬스를 잡았다. 특히, 김재호의 경우 상황에 따른 극단적 밀어치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박건우가 들어섰다. 마운드에 있던 김주한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0B 2S에서 포수 이재원은 바깥쪽 볼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주한의 124㎞ 변화구는 가운데로 몰렸다. 전날 그랜드 슬램을 터뜨린 박건우가 놓칠 리 없었다. 그대로 통타, 중월 펜스를 넘겨버렸다.

김주한 입장에서는, 아니 SK 벤치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쉬웠던 실투 하나였다. 단 하나의 '실투'로 인해 SK의 정교했던 선발 플랜 B가 무너졌다.

사실 신예 유망주 김주한이나 김태훈의 경우, 제구가 불안하다. 때문에 그들을 마운드에 세운다는 것은, 실투의 위험성을 항상 안고 가야 한다는 의미. 즉, 김주한의 '실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더욱 좋은 투수로 발전한다. 그런 과정이다.

상대적으로 두산 타선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밀릴 수 있는 상황에서, 하위 타선이 힘을 발휘했다. 결국 신예 투수들을 곤경에 빠뜨렸고, 역전을 일궈냈다. 이 또한, 두산의 저력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결과는 상대적이다. 나쁜 결과라고 준비 과정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SK는 가진 전력에서 최선의 선택, 정교한 플랜 B를 가동했다. 두산의 좋은 타선이 극복했다. 두 요소 모두 매우 매력적이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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