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한화 외야수비, 대책마련 시급하다

기사입력 2016-07-13 12:13


타구가 일단 외야로 뻗으면 위기감이 엄습한다. 그나마 센터 부근이라면 좀 낫다. 하지만 타구가 좌우측 코너쪽으로 치우치면 위기감은 현실이 되기 일쑤다. 한화 이글스의 좌우 코너 외야 수비는 너무나 불안하다. 기본적인 타구 판단과 수비 범위, 그리고 송구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한화 코너 외야 수비력은 평균 이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외야자원이 부족해서 벌어진 현상이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2사 1루 kt 박기혁의 타구를 한화 좌익수 양성우가 아쉽게 놓치며 실점을 허용했다. 양성우가 허탈해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1/
사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근 10년 가까이 이어진 한화의 뿌리깊은 고질병이나 마찬가지였다. 한화는 2005년 외국인 선수 제이 데이비스를 마지막으로 골든글러브 외야수를 단 한 번도 배출한 적이 없다. 그래서 '뛰어난 수비력을 지닌 한화의 코너 외야수'라는 표현은 어떤 면에서는 '머리에 뿔이 달린 말'이라는 묘사와 닮았다. 비현실적이라는 뜻이다.

물론 선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엔트리는 늘 꾸준히 채워진다. 하지만 정작 이 가운데 공격력과 수비력이 조화를 이룬 선수는 드물다. 공격력 쪽으로는 나름의 경쟁력을 지닌 선수들이 꽤 있다. 현재 어깨 부상으로 재활중인 최진행을 필두로 김경언이나 양성우, 이성열, 이종환 등이 모두 공격력 쪽에서는 꽤 효용가치가 있다. 최진행은 홈런 등 장타에 특화됐고, 김경언은 정확성, 양성우는 정확도와 파워가 밸런스를 이룬 중장거리형 타자다. 이성열과 이종환은 전문 대타로 가치를 보여줬다. 하지만 하나같이 수비력에는 물음표가 달려있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1, 2루 넥센 채태인의 타구를 한화 좌익수 송주호가 잡았다가 놓치자 이용규가 떨어진 공을 잡아 던지고 있다. 2타점 2루타로 기록.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5.25/
물론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코너 외야수도 없진 않다. 김성근 감독이 꾸준히 신뢰를 보냈던 송주호나 장운호, 새로 영입한 장민석 등은 앞서 언급한 '공격력 특화 외야수'에 비해서는 수비력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 수비력 자체가 다른 팀의 주전급 코너외야수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진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들은 공격력이 지나치게 부실하다. 2군 경기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다가도 1군 실전에 투입되면 타석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 어정쩡한 수비력과 부실한 공격력. 자연히 설 자리는 줄어든다.

문제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팀 전력에 지속적으로 빈틈이 생긴다는 점이다. 선수 라인업이 자주 바뀌고, 경기 중반 이후 수시로 대타와 대수비가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한화 경기에서 대타나 대수비가 등장하는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면 대부분 코너 외야수 순서 때다. 공수 능력치가 어중간하다는 걸 김성근 감독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작전을 걸어 약점을 메우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전이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지난해 젊은 외야수 노수광을 KIA타이거즈로 보낸 결정은 대단히 큰 아쉬움을 남긴다. 젊은데다 안정적인 수비력을 지닌 노수광은 KIA에서 주전급 코너 외야수로 성장했다. 올해도 2할9푼2리(113타수 33안타)에 1실책을 기록 중이다.

한화에 보기드문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춘 코너 외야요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팀의 재원이 됐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인재들을 발굴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팀의 무명 유망주를 스카우트라도 해와야 한다. 근본적인 코너 외야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한 한화는 절대 상위권에 오를 수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