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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를 벌리고 공을 끝까지 봐야해!"
한낮 기온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어린 아이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배트를 잡고 휘두르고 공을 던지고 받는다. 롯데 자이언츠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올해 진행하고 있는 초등학교 야구 아카데미 현장이다. 지난 8일 야구 아카데미가 진행된 부산 구포동 덕천초등학교를 찾아가 봤다.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40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롯데의 야구 아카데미 코치, 즉 순회코치 2명이 크게 목소리를 써가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김민호 코치와 나승현 코치다. 순회코치는 KBO리그에서 롯데 구단이 처음 도입했다.
롯데 팬들에게는 반가운 얼굴들이다. 김 코치는 1980~1990년대 롯데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부산을 대표한다는 뜻의 '자갈치'라는 별명을 얻었고, 1992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1996년을 끝으로 은퇴한 후로는 동의대학교와 모교인 부산고 감독으로 후배 양성에 힘을 기울였고, 친정팀 롯데 코치로도 열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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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은 공을 때리고 받고 달리고 득점하는 것이 야구와 같지만, 투수가 없고 티바(Tee-bar)에 공을 올려놓고 때려 공격을 진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1997년 티볼협회가 창립됐고, 초등학교 정식 체육 과목으로 지정돼 학생들의 체력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 코치는 "티볼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타격이다. 야구를 병행하면서 혼자 타격 능력을 키우고 싶을 때 간단히 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소개한 뒤 "야구는 학생들마다 실력 차이가 있어 투수가 던진 공을 못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재미가 없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티볼은 그런 염려없이 모두가 똑같이 타석에 들어가 공을 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티볼의 규칙은 기본적으로 야구와 같지만, 투수가 없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김 코치가 티볼 교육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초등학교에서 야구에 재능이 있는 어린이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야구 저변 확대의 일환이다. 간혹 타격에 소질을 보이는 어린이가 있지만, 선수로 키우는 것에는 한게가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마음을 썩 내켜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지금까지 40개 학교를 돌았다. 각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신청을 해서 월별로 스케줄을 짜놓고 가르치고 있는데, 아이들이 참가 의욕도 높고 매우 즐거워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런 더운 날에도 더욱 힘이 난다. 학교 감독들에게 재능이 있는 아이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도 했다"면서 "한 번은 아주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는데 부모가 반대를 했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칠 뿐이지 야구를 시키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김 코치는 "티볼은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학교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난 5월말에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도 티볼을 가르치기도 했다. 60~70%가 여자선생님들이었다"면서 "학교 스포츠를 통해 어린이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의 티볼 순회코치는 1주일에 3일간 총 6시간 동안 진행된다.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한 경우도 많다. 금요일에는 직접 게임을 치르기도 한다. 7월말부터 8월말까지는 방학기간이라 중고등학교에도 순회코치가 찾아갈 계획이다.
김 코치는 "운동하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거라도 안하면 운동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다. 굳이 야구선수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단체활동과 팀워크, 단결력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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