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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파문으로 프로야구가 발칵 뒤집힌 상태다. 또다른 소속 선수가 있는지 전전긍긍하는 10개 구단, 한참 달아오른 야구열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고심하는 KBO, 난처한 입장에 처한 선수협, 참다 참다 폭발직전인 팬들까지.
이미 그 조짐이 슬슬 엿보인다.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지난 20일 이태양의 승부조작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대단했다. 안지만의 불법도박사이트 개설 혐의까지 함께 터지며 폭발력은 두배 세배였다. 하지만 나흘만인 지난 24일 KIA 유창식이 2년전 한화시절 승부조작을 했다고 실토했다. KBO는 강력징계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선수협도 머리를 조아렸지만 두번째 사건은 다시한번 야구계를 한숨짓게 했다.
파문이 수차례 반복되면 걷잡을 수 없는 불신을 키우게 된다. 급기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선량한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팬들과 관계자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요즘같은 타고투저 시대에 볼넷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알려진대로 선두타자 볼넷 뿐만 아니라 2사후 볼넷을 두고 승부조작에 금전이 오갔다고 하면 의심을 살만한 장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의심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팀워크와 경기력이 상한다. 승부조작으로 몰락의 길을 걸은 대만프로야구 경우도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년 드러나는 승부조작에 대응이 불가능했고, 팀해체로까지 이어졌다.
한국프로야구는 기로에 서 있다. 어찌보면 은밀하게 확산될 수 있는 시점에 경고를 받은 셈이다. KBO 뿐만 아니라 선수협도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한다. 선수 권익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지금 뒷짐을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선수협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크로스 체크와 심층면담, 소문확인 등을 통해 문제해결에 발버둥을 쳐야 한다. 승부조작으로 리그가 타격을 받으면 선수들이 일차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연봉은 수직하락하고, FA시장은 얼어붙을 것이고, 관중급감으로 인기가 떨어지면 구단 운영은 움츠러든다. 리그가 없는데 선수가 있고, 선수가 없는데 선수협이 존재할 수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프로야구를 수렁에서 건져낼 고민의 시기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