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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대로, 가장 편한 폼으로 던져라."
그러나 '정석'을 강요한 구단의 지도 방식은 실패로 끝났다. 스윙을 줄인 그가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지도자와 선수가 다시 출발대에 섰다. 던지고 싶은대로, 하던대로, 가장 편한 옛 폼으로 돌아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비록 정석이 아니라 해도, 그것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범가너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 김강률은 범가너처럼 특급 유망주는 아니다. 구위, 제구, 배짱, 수비력 등 모든 면에서 기량 차가 상당하다. 하지만 팀 내 기대치만 놓고 보면 엇비슷하다. KBO리그에서 만큼은 충분히 통할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욱 전 두산 감독은 "2군에서 김강률이 선발로 공을 던지면 3회까지 내야를 벗어난 타구는 거의 없었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모두 밀렸다"고 했다.
새 옷은 꽤 잘 맞는 듯 했다. 예전보다 안정된 피칭을 했다. 선수도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하지만 얼마 뒤, 다시 흔들렸다. 기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아킬레스건 파열, 어깨 통증을 느끼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2군에서 예전의 폼으로 돌아갔다. 던지고 싶은대로, 하던대로 공을 뿌렸다. '무조건 짧게 던져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비교적 크게 뒷스윙을 했다.
그 결과 최근 투구 내용이 아주 좋다. 지난 14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이래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이다. 그는 16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상대 중심타선 김태균, 로사리오, 양성우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김태균, 양성우는 삼진이었다. 또한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3-4이던 7회 마운드에 올라 손주인을 유격수 땅볼, 김용의는 삼진, 문선재도 삼진으로 처리하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직구는 물론, 슬라이더, 스플리터의 움직임이 모두 예리했다.
물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제 고작 5경기에서 잘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감이 붙은 것만은 사실이다. 선수 본인도 돌아간 투구폼에 만족하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