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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어느 초여름 대구시민야구장. 경기전 연습을 마친 삼성 이승엽과 허구연, 하일성 두 해설위원이 삼자토크 형식의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두 해설위원은 당시 본지에 관전평을 썼다. 기자는 그들이 주고받는 토크를 정리하기 위해 옆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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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24일 SK전에서 통산 최다타점신기록(1390타점)을 달성했다. 팀선배 양준혁을 넘어섰다. 곧 한일통산 600홈런(2개 부족)을 때려낼 것이고, 본인의 국내무대 복귀시 언급했던 또다른 목표인 2000안타도 '-10'으로 카운트다운이다. 이승엽은 프로 22년 세월은 온갖 진기록을 채워져 있다.
벌써부터 걱정이다. 슬럼프가 올수도 있고, 내년에 부진할 수도 있다. 칭찬과 찬사가 비난으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 잘하면 박수보내고, 못하면 야단치는 것은 팬들의 고유 권리다.
이승엽은 은퇴후를 차츰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명장은 없다. 김응용 감독은 한국시리즈 10승 후 한화에서 고배를 마셨다. 현대 왕조를 일군 김재박 감독도 LG에서의 실패 이후 수년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선동열 전 KIA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 역대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류중일 삼성 감독도 한순간에 식어버린 시선이 어색하기만 하다. SK를 정상에 올려놨던 김성근 한화 감독도 악전고투다. 하나같이 비난이 칭찬을 뒤덮었다.
전설 이승엽도 은퇴후 지도자로 변신하면 냉혹한 현실과 마주할 것이다. 스포츠인은 선수나 지도자나 칼날 위 인생이다. 한순간에 명성은 두동강날 수 있다. 이승엽은 22년을 버티며 달리고 있다. 꽃길도 있었고, 가시밭도 있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전설의 마지막 길도 지금처럼 밝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이승엽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날, 그날도 미소짓는 이승엽을 보고 싶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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