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운드, '10승투수'가 사라졌다

기사입력 2016-09-01 09:20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한화 이글스에 '10승 투수'가 사라졌다. 이러다간 2년 전 '최악의 시대'가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10승'은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선발투수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10승을 기점으로 그 이상을 달성하면 'A급 선발'로 평가되고, 그 기준에 못 미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선발로 본다. 때로는 불펜 투수도 구원승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할 수 있다. 물론 구원승을 하려면 행운이 따라야 한다. 뒤지거나 동점 상황었다가 구원 투수가 나온 뒤 역전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오로지 행운만으로는 따낼 수 없다. 실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또 많이 나와서 버텨줘야 한다. 그래서 불펜투수의 10승도 높이 평가된다.


2016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등판한 한화 송창식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18.
그래서 한 팀의 투수진이 얼마나 강하고 안정적인 지 알려면 '10승' 이상을 달성한 투수가 몇 명이나 되는지 따져보면 된다. 수 년째 '투구타저'의 트렌드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A급 투수들은 버텨낸다. 올해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는 벌써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4명이나 된다. 1~4선발이 모두 10승을 넘겼다.

반면 한화 이글스는 올해 10승 투수가 아직까지 단 한명도 나오지 못했다. 문제는 정규시즌 동안 10승 고지에 도달할 수 있는 후보도 희박하다는 점이다. 8월31일 기준으로 '10승 투수'가 없는 팀은 꽤 된다. 한화를 포함해 롯데와 LG, SK, kt 등 5개 팀이나 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LG와 SK는 정규시즌 안에 '10승 투수'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LG는 선발 류제국이 9승을 거두고 있다. 남은 4~5회 가량의 선발 기회에서 1승만 따내면 된다. 7승의 소사도 가능성이 아예 없진않다. SK도 김광현이 9승이고 켈리가 8승이다. 가능성은 LG와 엇비슷하다.

이 두 팀보다는 가능성이 약간 떨어지지만, 롯데도 희망을 버릴 순 없다. 린드블럼, 레일리, 박세웅 등 7승을 기록 중인 선발이 셋이나 있다. 셋 중 하나라도 향후 3승을 추가하면 된다. 가능성은 살아있다.

하지만 한화와 kt는 거의 가망이 없다. kt는 현재 팀내 최다승 투수가 마무리 김재윤(6승)이다. 마무리 투수가 남은 경기에서 4승을 추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화도 사정이 비슷하다. 최다승 투수가 불펜투수 송창식(8승)이다. 그 다음이 6승씩 거둔 윤규진과 권 혁이다. 그런데 현재 송창식은 팔꿈치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져있다. 최소 1~2주 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2승을 추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권 혁도 마찬가지다. 역시 몸상태가 좋지 않아 1군에 없다. 권 혁이 돌아와서 4승을 추가하는 것보다 차라리 윤규진이 향후 선발 4승을 추가하는 게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2016 정규시즌에 단 한명의 10승투수도 보유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면 2014시즌 이후 2년만에 다시 '최악의 시대'가 재현되는 것이다. 한화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으로 팀내 10승 투수를 보유하지 못했다. 역대 최고의 에이스였던 류현진도 한국 무대 마지막 시즌인 2012년에 9승에 그쳤다. 그리고 이 3년간 한화는 리그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악의 시대'였다. 2015년 안영명과 탈보트가 10승을 달성하며 팀의 탈꼴찌를 이끌었는데 올해는 팀을 이끌어가는 투수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7위를 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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