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키퍼' 보우덴, 패턴 바꾸고 더 강력해졌다.

최종수정 2016-09-21 11:47

2016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수비를 마친 두산 보우덴이 양의지를 향해 박수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9.20.

"상당히 좋은 투수다. 공을 한 번 숨기고 나와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힘들어 한다."

이민호 심판원의 말이다. 2013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우수심판위원, 지난해에도 일구상 시상식에서 심판상을 받은 그가 시즌 중반 마이클 보우덴(두산 베어스)을 극찬했다. 이 심판원은 "직구가 좋고 변화구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올해 데뷔한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눈에 띄는 투수 중 한 명"이라며 "독특한 투구폼에서 오는 디셉션 효과 때문에 타자들은 그의 공을 더 빠르게 느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보우덴은 KBO리그 첫 해부터 17승(7패)을 수확했다. 삼진은 172이닝 동안 150개로 이 부문 전체 1위, 평균자책점은 3.87이다. 그는 니퍼트가 데뷔해인 2011년 기록한 15승(6패)을 이미 뛰어 넘었다. 마크 키퍼(전 KIA)가 2002년 기록한 외인 투수 데뷔해 최다승 기록(19승)에는 아쉽게 못 미치지만, 자신의 몸값(65만 달러) 두 배 이상의 활약이라는 평가도 듣고 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타점이 높다. 몸쪽 승부를 할 줄 안다. 2년 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에서는 실패했으나, 장점이 아주 많은 투수"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완벽할 순 없었다. 첫 경기인 4월 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8이닝 2안타 무실점을 했고, 6월 30일 다시 만난 NC를 상대로는 노히트노런까지 작성했지만, 서서히 위압감이 떨어진 것이다. 역시 전력 분석 때문이다. 개막 후 한 달만 지나면 투구 습관, 약점 등이 모두 드러나는 KBO리그에서 타구단에서 그를 가만둘 리 없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처럼 "공에 이물질을 묻히는 것 아니냐"고 트집을 잡는가 하면,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차이를 기막히게 알아차려 어떻게든 커트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지난달 6일 5이닝 동안 133개의 공을 던지게 한 LG 타자들, 또 KIA 타자들이 대표적이다.


2016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보우덴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9.20.
문제는 보우덴의 마인드였다. 2005년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에 1차 지명(전체 47순위)된 선수답게 야구에 대해서는 자존심이 아주 강했다. 주위에서 "직구, 포크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른 변화구 특히 슬라이더 구사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그럴 때마다 "왼손 타자에게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으나,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는 익숙치 않다. 일단 내 패턴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우덴이 달라졌다. 포크볼 비중을 낮추는 대신 슬라이더, 커브를 많이 던지고 있다. 우선 8일 잠실 LG전(7이닝 5안타 1실점). 109개 가운데 속구 43개, 슬라이더 26개, 커브 22개, 포크볼 18개다. 14일 잠실 SK전(7이닝 4안타 무실점)은 111개 중 속구 48개, 커브 36개, 슬라이더 16개, 포크볼 11개다. 20일 잠실 삼성전 역시 106개를 소화하며 속구 56개, 커브 20개, 슬라이더 15개, 스플리터 15개를 뿌렸다. 이처럼 그는 일단 140㎞ 후반대 직구로 윽박지르고, '오직' 포크볼이 아닌 다양한 각도로 형성되는 변화구를 꾸준히 섞어 던진다. 패턴이 완벽히 바뀌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보우덴이 더 무서워졌다"고 비슷한 평가를 내놓는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보우덴도 최근 투구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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