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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가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미일 3국 프로야구 가을 축제가 모두 막을 내렸다.
재팬시리즈에서는 니혼햄 파이터스가 4승2패로 히로시마 도요카프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니혼햄은 1,2차전을 연속 패한 뒤 3~6차전, 파죽의 4연승으로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시리즈는 다소 김이 빠졌다. 두산 베어스가 NC 다이노스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4승 무패로 2년 연속 및 통산 5번째 패권을 차지했다. 선발 '판타스틱4' 등 압도적인 전력에 충분한 휴식까지 취한 두산을 NC가 넘기에는 실력차가 분명 존재했다. 두산은 정규시즌서 역대 최다인 93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직행, 일찌감치 손쉬운 우승이 점쳐졌던 터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디비전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잇달아 격파한 컵스는 월드시리즈에서 1승3패로 고전해 또다시 눈물을 흘리는 듯했지만, 강력한 마운드를 내세워 5, 6, 7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1945년 시작된 '염소의 저주'를 71년만에 풀었다.
클리블랜드는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서 1948년 이후 첫 우승에 잔뜩 기대를 걸었지만, 5~7차전 3연패를 당하며 시리즈를 내줘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7차전에서는 에이스 코리 클루버가 4이닝 6안타 4실점으로 부진을 보인데다 포스트시즌 최강 불펜 앤드류 밀러도 2⅓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2실점하는 등 마운드가 쌓인 피로를 극복하지 못했다. 68년째 '와후 추장의 저주'를 끊어내지 못한 클리블랜드는 이번 겨울 전력 변동이 클 것으로 예상돼 내년 이후는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컵스는 향후 몇 년 동안 최강의 자리를 군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승을 이끈 주력 선수들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으로 젊은데다 최고의 프런트로 구단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테오 엡스타인 사장의 장기 플랜 역시 우승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 단장 시절인 2004년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푼 엡스타인 사장은 이번에도 악명 높았던 '염소의 저주'를 끝내버림으로써 '주술사'의 면모를 또다시 드러냈다.
올시즌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는 카일 헨드릭스와 존 레스터, 제이크 아리에타는 향후 몇 년간 함께 마운드를 이끌 것으로 보이며, 간판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앤서니 리조도 20대 중반에 불과해 컵스는 내년에도 우승 전력으로 꼽힌다. 컵스는 내년 시즌 후 FA가 되는 아리에타와의 장기계약을 이번 겨울 이끌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월드시리즈 MVP에 오른 브라이언트도 이제 풀타임 2시즌을 마친 신예로 컵스의 장기계약 대상자다. 1876년 내셔널리그 창립 멤버로 역사를 쌓아온 컵스가 올해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황금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