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 울타리 치우니 FA 시장 장기전 조짐

기사입력 2016-11-13 01:13


15명의 FA풀렸는데 FA시장이 이틀동안 잠잠했다. 김광현은 이번 FA시장에서 최대어 중 1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9.25/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이 없어진 이번 FA시장은 이틀째 조용하다. 지난 11일부터 어느 구단과도 자유롭게 협상하고 계약을 할 수 있게 됐는데 15명의 FA 중 단 한명도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뒤로 몰래 탬퍼링을 하니 우선 협상을 없애고 바로 본게임으로 들어가자는 취지로 우선협상을 없앴더니 오히려 눈치싸움만 더 하게 된 모양새다.

우선협상은 FA선수들에겐 FA시장으로 나갈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B급 선수들의 경우 우선협상 기간에 다른 팀의 콜이 없을 경우 구단의 제시액에 도장을 찍기도 했다. 대어가 아님에도 원 소속구단과 계약을 하지 않고 FA시장에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다른 팀에서 영입제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어급 중 국내에 남기로 한 선수는 우선협상 기간에 소속팀과 다른 팀의 조건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간이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소속팀의 제시액을 듣고 다른 팀의 제시액도 들으면서 저울질을 하는 것. 아무래도 소속팀은 우선협상 기간 내에 잡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무리를 해서라도 잡게된다. 어떻게보면 우선협상 기간이 본격적인 FA시장을 앞둔 탐색전이었다.

이제 이러한 탐색전을 할 우선협상 기간이 없이 바로 자유협상을 하게 됐다. 우선협상 기간을 없애기로 할 때만해도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니 계약 소식이 빨리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조용한 모습이다.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황재균 최형우 등 이른바 FA 빅5가 일단 해외진출쪽을 알아보고 있기 때문에 잠잠한 편이다. 이들은 내년까지 기다려야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래서 대어급보다는 실력은 좋으나 해외 진출까지 하기는 쉽지 않은 준척급 선수들이 빨리 계약을 할 것 같았다. 소속구단과 타구단의 영입 제의를 듣고 저울질을 하면 된다고 봤다. 그러나 대어급 선수들의 팀이 결정나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특히 빅5를 보유한 4개팀(SK KIA, 롯데, 삼성)은 일단 이들을 잡는게 우선이니 다른 선수들에게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다른 팀들도 대어들이 국내에 남는다면 영입전을 펼쳐볼만하다. 게다가 빅5가 오로지 해외진출만 하겠다라고 선언하지도 않았다. 해외진출만 생각한다고 밝힌다면 이들을 포기하고 플랜B를 가동할 수 있지만 이들은 국내와 해외진출을 모두 알아보기 때문에 구단들도 기다리는 처지다.

B급 선수들의 경우 예전 우선협상 기간엔 소속팀이 예우하는 차원에서라도 협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꼭 필요한 선수라면 구단이 먼저 협상을 제의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굳이 먼저 구단이 제의할 필요가 없다. 당장 팀 성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수에게 우선순위가 돌아간다. 그렇다고 선수가 먼저 협상을 제의하는 것은 자신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으로 사실상 백기투항이다.

우선협상이라는 울타리가 치워지면서 FA협상이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장기전 조짐이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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