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김성근 감독이 스카우트 중요성 역설한 이유

기사입력 2016-11-16 01:22


◇김성근 한화 감독이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투수들의 불펜피칭을 지켜보고있다. 미야자키=박재호 기자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스카우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글스의 현실과 미래 방향성에 대한 키워드로 유망주 옥석고르기를 언급했다. 한화는 이달 30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이어간다.

김 감독은 15일 "어린 선수들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가도 자꾸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유망주가 적은 충청도 연고권. 2군에서도 눈에 띄는 재목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 내년도 당장 걱정이지만 이대로 가다간 성적 현상유지도 쉽지 않다고 봤다.

김 감독은 "우선 좋은 재목을 뽑아야 육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역량 강화가 미진했던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와 올해 김성근 감독은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성적도 그렇고, 건강도 그렇고, 비난 여론도 그랬다. 김성근 야구에 대한 호불호는 있었지만 이정도로 코너에 몰린 적은 없었다. 지난 수년간 한화의 FA대규모 투자로 인한 기대심리가 오히려 실망감을 키웠다.

2015년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후반기 투수진이 무너지며 6위에 그쳤다. 올해는 정반대였다. 시즌 초반에 연패를 거듭하며 부동의 꼴찌. 6월부터 반등해 치고 올라갔지만 초반 열세를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7위에 머물렀다. 김 감독은 지난 두 시즌을 실패로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유망주들은 턱없이 부족했고, 필승조 집중투입으로 혹사논란까지 빚었다.

김 감독의 발언 중 최고논란은 "선수가 없다"였다. 사령탑이 선수 탓을 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고, 데려온 FA선수들이 많지 않느냐, FA영입과 트레이드로 유망주를 왜 뺏겼냐며 김 감독을 몰아세웠다. 책임 소재를 냉정하게 따지자면 감독이 자유로울 순 없다. 하지만 한화의 뒤엉킨 실타래 역사는 김 감독 체제 그 이전으로 상당히 많이 거슬러 올라간다. 오히려 2년 전까지는 최하위를 밥먹듯 하던 팀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믿고 쓸만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최진행과 김경언이 내년에 돌아온다고 하지만 둘을 한꺼번에 투입하면 스피드가 떨어져 외야 수비에 구멍이 생긴다. 유격수 하주석이 아프면 대체할 선수도 거의 없다. 강경학은 허벅지 부상으로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 하나씩 내년 전력을 체크해보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안타깝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육성군 포함 전체 선수 100명 중 40명이 부상 재활중이다. 그리고 부상 재활을 하고 돌아오는 선수들, 특히 투수들의 경우 무작정 장밋빛 희망을 품는데 어림없는 얘기다. 재활 과정에서 무리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부상이 재발하거나 복귀 시기가 늦어지기도 한다. 올해 윤규진과 이태양의 경우 시즌 초반에 충분히 돌아올 수 있다고 봤지만 그러지 못했다. 둘은 전반기에는 부상을 의식해 마음대로 볼을 뿌리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차츰 나아졌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선수에 대한 전망은 아주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넥센과 NC의 예도 들었다. 김 감독은 "두 팀의 젊은 투수들 중 145㎞ 이상의 빠른 볼을 던지는 선수들이 꽤 있다. 우리는 140㎞를 던지는 선수도 몇 안된다. 강견은 타고난다. 연습으로 만들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존재한다. 특히 투수는 그렇다. 피나는 연습으로 100% 개선시킬 수 있는 수비(야수)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작심 발언이 한화 구단을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우자는 얘기였다. 김 감독은 "내년이면 정근우 이용규가 FA로 팀을 떠날 수도 있다. 김태균도 3~4년 후면 노장이 된다. 김태균 후계자도 고민해야 한다. 구단의 장기플랜 첫걸음은 스카우트다. 좋은 재목을 발굴하고 찾는데 있어 투자와 노력을 아끼면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김 감독이 변한 부분도 꽤 엿보인다. 훈련 스타일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대하는 자세도 전에 없이 부드러워졌다. 김 감독은 "2년간 강도높은 훈련을 했더니 받아들이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올해 마무리캠프는 다소 여유있게 치르고 있다. 5일 훈련 뒤 하루 휴식을 하려 했지만 선수들이 힘들어 해 4일 훈련 뒤 하루 휴식으로 바꿨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숙소로 들어가는 건 내 야구 인생에서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미야자키(일본)=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한화 김성근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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