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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얻어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대어'라고 평가하기는 힘든 선수들이다. FA 시장이 지난 11일 문을 연 후 열흘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잠잠한 느낌이다. 이번 FA 시장 '빅5'라고 평가되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최형우, 황재균 등의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덩치가 큰 선수들부터 쟁탈전이 벌어지며 우선적으로 계약이 진행되고, 준척급 선수들의 계약이 이어지는게 일반적 흐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반대다. 준척급 선수들이 먼저 갈 곳을 찾고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에 이 선수들의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실제, 선수 개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해외 진출 의지가 분명히 있다. 미국 현지에서 쇼케이스까지 여는 황재균은 가장 적극적이다. 현지 평가도 괜찮다. 포스팅 신청 경험도 있었던 김광현과 양현종의 도전 욕구도 보통은 아닌 듯 하다. 최형우, 차우찬, 우규민의 경우 앞에 세 선수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지만 해외 진출 관련 에이전트를 일찌감치 선임하는 등 물밑 준비는 해왔었다.
문제는 이 선수들이 일본프로야구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의 사례처럼 경쟁을 벌이며 모셔갈만큼의 인정을 받지는 못한다는 점. 총액 100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은 게 냉정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 선수들의 최종 거취는 윈터미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봐야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올해 윈터미팅은 내달 5일(한국시각)부터 나흘간 열린다. 일본의 경우 이전부터 양현종, 차우찬에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 행보가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은 분위기다.
단순 해외 진출 문제만은 아니다?
"차라리 이 선수들이 다 해외에 나갔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폭풍전야인 대어급 FA 협상을 앞둔 각 구단 관계자들이 똑같이 하는 소리다. 얼마나 부담이 크면 이런 얘기까지 할까.
해외 진출이라는 표면적 이유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선수들이 국내 잔류시 원하는 몸값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소문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무리 선수들이 해외 진출 의사를 드러낸다 해도, 원소속구단을 중심으로 국내 구단들 역시 선수 영입에 욕심이 난다. 그럴려면 선수가 해외 진출 꿈도 포기할 수 있을만큼의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최형우가 지난 14일 KBO리그 시상식에 참석해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한 구단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이다"라고 답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건도 조건 나름. 야구계 안팎에서는 어떤 선수를 특정지을 수 없지만 당장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조건으로 총액 150억원 이상의 금액을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있다. 100억원 시대가 열리는 것도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150억원이 넘는 돈을 선수 1명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게 국내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선수들도 그 금액을 요구하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분명히 있지만, 현 시장 상황을 볼 때는 오버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구단들은 차라리 선수들의 해외 진출 협상이 모두 끝나고, 남을 선수만 남았을 때 그들의 몸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돌아올 경쟁의 승부처에서 선수 영입을 100% 장담할 수 없기에, 손 놓고 있기보다는 준척급 FA 선수들을 먼저 보강해 전력을 끌어올리는 계산을 한 결과 현재의 시장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