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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단은 오는 25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년 시즌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보류선수 명단이란 구단이 재계약할 선수들을 정해 KBO에 통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는 자연스럽게 자유의 몸이 된다. 좋은 말로 자유계약선수로 명명되는 것이지, 구단이 필요없는 선수로 전력에서 제외한 것이니 '해고'나 다름없다.
두 선수 모두 롯데에서 두 시즌을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린드블럼은 30경기에서 10승13패, 평균자책점 5.28을 기록했다. 에이스 완장을 차고 거둔 성적 치고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지난해 210이닝을 던지며 13승11패, 평균자책점 3.56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기량 저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레일리는 31경기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4.34를 마크했다. 린드블럼과 비교하면 기복은 적은 편이었지만, 후반기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아쉬웠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내부적으로도 재계약해야 된다는 의견과 바꾸자는 의견에 대해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머리가 아플 것 같다"고 밝혔다. 전력분석팀, 스카우트팀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까지 거의 모두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두 선수에 대해 재계약 또는 교체 중 한 가지를 확실하게 주장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는 KBO리그에 와서 직접 타자들과 부딪혀봐야 진짜 실력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의 경험은 성공 확률을 조금 알려줄 뿐이지, 실제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단장은 "의견이 나뉜다기보다는 대체 용병이 기대만큼 해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했다.
만일 롯데가 두 선수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또다른 고민이 생긴다. 다른 팀에서 뽑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시즌 두 선수의 피칭에 대해 현장에서는 "올해 아무리 부진하다고 해도 롯데가 잡지 않으면 분명 다른 팀에서 데리고 갈 것이다. 그만한 실력을 가진 선수를 어디 찾기 쉽겠는가"라는 말이 수없이 나왔다. 롯데만큼 외국인 투수 문제가 심각한 구단은 두산 베어스를 제외한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팀에 가서 15승이라도 거둔다면 롯데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 단장도 "우리가 안하면 다른 팀에서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된 외국인 선수는 구단이 '보류권'을 풀지 않는 이상 향후 5년간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없다. 즉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는데 협상이 틀어져 재계약을 하지 못한 경우, 해당 외국인 선수는 미국이나 일본으로 옮길 수는 있어도 국내 다른 팀과는 계약할 수 없다. 이 규정은 '계속 쓰기에는 부족하고, 남주기는 아까운 선수'가 있을 경우 '악용'된 사례가 간혹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보류권 해제를 요청해 온다면 동업자 정신에 입각해 풀어주는 추세로 바뀌었다.
보류권은 외국인 선수의 고의적 태업을 막기 위한 규정인데, 2014년 2년으로 줄였다가 지난해 5년으로 환원했다. 롯데도 린드블럼이나 레일리와 재계약이 안돼 다른 팀에서 보류권 해제 요청이 올 경우 마냥 묶어둘 수는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