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리빌딩 내몰린 삼성, 돌파구는 무한경쟁

기사입력 2016-11-29 21:28


김한수 감독이 오키나와에서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타격코치 선임이 미뤄지면서 야수들 기술지도도 병행했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KBO리그 최고팀에서 평범한 팀으로 전락하는데 딱 1년이 걸렸다.

삼성 라이온즈가 '강제 리빌딩'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왕조 구축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는데, 하루아침에 몰락해 도전자의 입장이 됐다. 삼성은 올시즌 창단 이후 최악인 9위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4연속 통합우승과 5차례 정규리그 1위의 위업을 달성한 류중일 감독은 끝내 재계약에 실패했다. 팀 재건과 변화 혁신을 내세우며 김한수 감독을 선임했다. 대대적인 코치진 물갈이가 이뤄졌고,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도 예년보다 강도높게 치렀다.

지난 28일 입국한 김한수 감독은 "선수들이 경쟁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열정을 보았다. 1군 경쟁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붙박이 주전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캠프를 시작할 때부터 선수들에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1군 경쟁자라는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2017년 삼성은 올해보다 더 큰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전력강화 요인보다 전력누수가 크다. 올시즌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와 박석민, 임창용, 안지만 등 투타 핵심선수들이 해외진출과 FA(자유계약선수) 이적, 원정도박 스캔들로 이탈했다. 내년에는 투타의 주축이 또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부동의 4번 타자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로 FA 이적했고, 왼손 에이스 차우찬은 해외진출하거나 타팀 이적 가능성이 크다. 최형우와 차우찬은 대체불가 선수들이다. 전력 약화가 심화되고 있다.

김한수 감독도 사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김 감독은 "최형우와 차우찬을 잡아달라 요청했지만 최형우는 결국 떠났다. 어쩔 수 없다. 4번 타자는 외국인 타자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누가됐든 잘 치는 타자를 4번에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타선 역시 경쟁 구도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제 삼성이 기댈 곳은 좋은 외국인 선수 영입과 내부 경쟁체제를 통한 전력상승이다. 대규모 투자와 넘치는 선수자원, 풍족한 지원을 자랑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올해는 외국인 투수 4명이 6승에 그쳤다. 최악의 성적이었다. 외국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도 부진과 부상으로 2군에서 허송세월했다. 누굴 뽑더라도 올해보다는 낫겠지만 옥석을 고르지 못하면 나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부담감이 크다. 그렇다고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처럼 200만달러 이상의 초고액 외국인 선수를 잡을 형편이 못된다.

105만달러를 주고 뽑은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는 '제2의 니퍼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요즘 추세로는 준척급이다. 나바로 재영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나머지 투수 한명도 몸값 한계치가 있어 특A급은 힘들다.

결국 팀전력 재정비, 업그레이드는 기존 선수들이 십시일반 기량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선수 개개인이 5%, 10% 능력치를 끌어올리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두산 야수들이 줄줄이 커리어하이를 찍은 것이 좋은 예다.

삼성 구단은 김한수 감독을 선임하며 변화 혁신을 재차 강조했다. 장기비전과 리빌딩을 공식화한 셈이다. 제일기획으로의 이관과 합리적인 투자, 자생력 강화 등 팀 운영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차우찬을 놓치게 되면 우규민 등 대체선수 영입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이를 대규모 투자로 보긴 힘들다.

이원석 영입은 내야진 경쟁에 불을 당기는 효과가 있겠지만 예전같았으면 27억원짜리(4년간) 외부 FA는 보는둥 마는둥 했을 터다.

이제 삼성은 스스로 우물을 파지 않으면 목마름을 채울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문제는 올해 9위로 돌아선 팬심을 내년 곧바로 달랠 수 있느냐다. 큰 성과는 힘들어도 변화의 싹은 보여줘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삼성 김한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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