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KBO리그 투타 겸업, 78%가 반대 '한국의 오타니 시기상조'

기사입력 2016-12-07 20:55


니혼햄 파이터스 오타니의 투구 모습. 스포츠닛폰 본사제휴

니혼햄 파이터스 오타니의 타격 모습. 스포츠닛폰 본사제휴

오타니처럼 투타를 겸하는 선수를 KBO리그에선 볼 수 없을까.

니혼햄 파이터스의 '간판' 오타니 쇼헤이(22)는 일본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아이콘, 화제를 몰고다니는 이슈 메이커다. 그는 올해 소속팀 니혼햄을 재팬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고, 퍼시픽리그 MVP를 수상했다. 투수로 21경기에 등판해 10승4패1홀드-평균자책점 1.86, 타자로 104경기에 나서 타율 3할2푼2리-22홈런-67타점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의 경계, 고정관념을 무너트렸다. 투타를 겸업하면서 10승-1점대 평균자책점에 타율 3할-20홈런을 기록하는 만화같은 활약을 펼쳤다.

스포츠조선이 KBO리그 관계자 40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수 있도록 지명타자(DH)제를 유연한 게 적용해보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KBO리그 10개 구단의 프런트(사장, 단장, 운영팀장), 코칭스태프(감독, 코치), 선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일정 기간, 혹은 경기수를 정해놓고 지명타자없이 투수가 타격을 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지명타자제의 탄력적인 적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31표(약 78%)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찬성 의견이 5표(13%)였고, '무응답' 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4표(9%) 나왔다.

KBO리그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지명타자제를 쓰고 있다. 투수가 타격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투수를 대신해 지명타자가 타석에 서고 있다. KBO 규약에는 지명타자를 못박고 있지 않다. 오타니 처럼 투타에 모두 재능이 있다면 겸해도 문제가 없다는 게 KBO의 해석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투수의 타격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유는 매우 다양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게 되면 부상위험이 높다고 했다. 투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치면 전력 손실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전문성이 떨어져 경기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팬들은 공격적인 야구를 원하는데, 투수가 타자를 겸하면 흥미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타자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내셔널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는 지명타자없이 투수가 타격을 하고 있다. 초창기 야구는 9명이 한팀을 구성해 경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투수가 공격을 하는 걸 당연시했다. 이런 틀이 1973년에 깨졌다. 아메리칸리그가 지명타자제를 도입한 것이다. 극심한 '투고타저'를 해소하고, 내셔널리그보다 떨어지는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승부수였다. 아메리칸리그의 성공을 지켜본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가 1975년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국에선 1973년 실업야구 올스타전 때 처음으로 지명타자를 세웠다.

KBO리그에도 초창기에는 오타니 처럼 투타에서 맹활약한 선수가 있었다.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이다. 그는 1982년부터 4년간 투수와 타자를 겸했다. 1982년 투수로 26경기에 등판해 10승5패1세이브-평균자책점 2.88, 타자로 80경기에서 타율 3할5리-13홈런-69타점을 기록했다. 선수가 부족했던 시절의 모습이었다.


내셔널리그에선 특급 선발 투수 맷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이 1년에 2~3개씩 홈런을 터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는 올시즌 같은 투수인 마에다 겐타(LA 다저스)를 상대로 한 경기 2홈런을 때린 적도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단장은 "한 시즌 중 일정 기간을 정해 투수가 타석에 들어가도록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설문에 참가하지 않은 한 전문가는 "투수가 타석에 서면 훨씬 야구답고, 벤치에서 머리를 쓸 일이 많아진다"고 했다. 투수 교체 시점을 놓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BO리그 흥행과 발전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지명타자제의 탄력적인 적용을 생각해봐도 될 것 같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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