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리의 밥상인터뷰①] 두산 양의지 "나는 행복한 포수, 미안한 남편"

기사입력 2016-12-18 16:19


"뚱한 표정이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는건데요" 양의지는 무뚝뚝한 얼굴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6.12.06.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장해제'가 된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들과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장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깊은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밥상인터뷰] 첫번째 손님은 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 양의지(29)다. 두산의 주전 포수로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양의지는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으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아직 100일도 안된 딸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볼 정도로 바쁜 겨울이지만, 양의지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성공까지 오기 위해 결코 쉽지 않았던 길. 그 길을 묵묵히, 열심히 걸어온 보람을 느끼는 요즘이다.

무뚝뚝한 표정은 오해. 알고보면 누구보다 잘 웃고 또 유머 감각도 있는 '광주 사나이' 양의지와 최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 해산물 전문점에서 만났다. 문어 숙회, 대구탕으로 차려진 푸짐한 밥상을 앞에 두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먹고 자고 먹고

-야구선수들의 식사는 불규칙할 수밖에 없겠다.

시즌 중에는 정말 자고, 밥먹고, 야구장가고, 들어와서 밥먹고, 자고. 이것 뿐이다. 다른 게 없다. 아침에 밥먹고 야구장에 나가서 운동하고 쉬다가 밥먹고 경기를 한다. 경기가 끝나면 사람들 만나서 밥먹고 집에 들어가서 자고. 이걸 반복한다. 월요일? 자고, 밥먹고, 자고의 반복이다. 야구장만 안나갈 뿐이지 똑같다. 그러다보니 여유있게 식사를 즐길 시간은 많지 않다. 늘 야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다. 고기 종류를 좋아하기는 하는데.(웃음) 해산물도 잘 먹는다. 몸에 좋으라고 딱히 챙겨먹는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 잘 먹는다. 아, 압구정 근처에 좋아하는 카레집이 있다. 거기는 워낙 가게가 작아서 인터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못갔다.

-비시즌이지만 몸을 챙길 틈도 없이 시간이 간다.

무조건 잘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이 정답이다. 쉬면 안된다. 막 늘어져 있다가 다시 움직이려고 하면, 나이 먹은만큼 컨디션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진다. 20살때는 놀다가 캠프에 가도 운동이 됐는데, 지금은 안된다. 운동을 하고 가야 버틴다. 갈 수록 이 기간이 길어지겠지. 지금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

◇남편 그리고 아빠 양의지

-근황이 궁금하다. 쉬고 있나.

계속 행사가 이어진다. 팀 행사도 있고, 야구인골프대회에 참석하고 시상식도 갔다. 일주일간 운동을 못했다. 골든글러브 끝나고 곧바로 선수협에서 주최하는 골프대회에 나간다. 나 때문에 아내가 되게 고생하고 있다. 장모님이 도와주시기는 하는데, 혼자 아기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사실 오늘(7일)이 결혼 기념일이다. 어젯밤 선수협 이사회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서 애기 얼굴만 조금 보고 잤다가 일어나자마자 나왔는데 미안하다. 이따 케이크라도 사가지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굉장히 '행복한 바쁨' 아닐까.

행복하다. 그래도 아내를 도와줘야 하는데…. 행복이고 뭐고 없다. 지금 가족의 행복이 위험하다.(웃음)

-표현을 잘하는 남편인가.

잘 안하는 편이다. 보시는대로 무뚝뚝하다. 그냥 오늘 아침에 "필요한거 있어?"라고 슬쩍 물어보고 나왔다. 그래도 어떡하나. 먹고 살려면 일을 열심히 해야한다.

-아내에게 한마디 한다면.

너무 미안해. 갖고 싶은거 하나 사줄게(웃음). 딸한테도 정말 미안하다 사실. 이제 태어난지 85일 정도 됐는데, 나를 꼭 닮았다. 사람들이 자꾸 여자아이인걸 모르고 "잘생겼다"고 하시는데…. 너무 예쁘다.


양의지는 "언젠가 국가대표 단골로 불릴 수 있을만큼 몸이 허락한다면 계속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6.12.06.
◇국가대표에 대한 솔직한 생각

-국가대표 단골 손님이 될 것 같다. 이번 WBC 대표팀에도 뽑혔는데.

이제 겨우 2번 나갔는데 무슨 단골인가(웃음). (강)민호형처럼 해야 단골이다. 몸이 된다면 국가대표에 계속 나가고 싶은 욕심은 있다.

-내년 WBC가 3월에 열려서 컨디션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작년에 비해서 더 빨리 경기를 뛰어야하기 때문에 우려스럽기는 한데, 프로니까 잘 준비해야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작년 '프리미어 12' 우승에 대한 기억은.

솔직히 일정은 되게 빡빡하고 힘들었다. 그래도 선수들끼리 "져도 본전이다"라는 생각으로 했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즐겼으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오타니 쇼헤이가 잘 던진건 어쩔 수 없다.

-오타니 실제로 보니 어땠나.

우선 정말 잘생겼다(웃음). 잘생기고 키도 크고 멋있다. 정말 최고의 선수인 것 같다. 오타니 공은 정말 모든 사람들이 와서 구경 한 번 해야한다. 야구하면서 그런 공을 칠 수 있었다는 자체로 놀랐다. 가까이서 보면 더 다르다. 일본 대표팀에서 오타니 다음으로 나온 투수도 굉장히 잘던지는 투수였다. 150km를 던지는데도 그 공이 느려보이더라. 그만큼 대단하다.

-스프링캠프와 WBC 일정이 겹치는데.

(장)원준이형이랑 먼저 호주에 들어가서 훈련을 좀 하고 있을까 계획 중이다. 이후 두산 캠프에서 훈련을 하고 대표팀에 합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양의지가 본 두산의 최고 장점? 단연 물샐 틈 없는 수비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6.12.06.
◇우승하면 얼마나 좋아요?

-이렇게 정신 없이 바쁜 것도 좋은 시즌을 보내서 나온 결과 아닌가.

많이 배웠다. 올해 야구장에서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다치고, 그래서 내년에는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도 한번 다치고 복귀할 때 집중한다고 했는데, 한번 다치니까 부상이 이어서 오더라.

-안일한 플레이?

올해 6월 경기 도중 발목이 돌아갔는데, 그때 정신을 안차리고 있다가 부상을 당했다. 조금만 생각했으면 다치지 않았을텐데, 그렇게 돼서 정말 아쉬웠다.

-사실 부상이라는 게 피로가 누적됐을 때 더 쉽게 오지 않나.

그래도 올해 한국시리즈 때 컨디션이 진짜 좋았다. 작년이랑은 정반대다. 작년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가면서 지치고 다쳤었는데, 올해는 준비도 잘되고 체력이 올라와서 100%였다. 근데 5차전 이상 갔으면 힘이 떨어졌을 거다.(웃음) 빨리 잘 끝나서 다행이다.

-2년 연속 우승이라 더 특별했을 것 같다.

좋다. 근데 올해는 우승 못하면 욕을 먹을 것 같았다. 모든 게 너무 순조로워서. 선수들도 우리가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작년에 우승은 했지만, (김)현수가 빠지니까. 그만큼 쳐줄 선수가 필요했다. 그런데 김재환과 박건우가 잘해주면서 풀렸다. 에반스도 잘해줬다. 또 작년에는 투수가 3명이었는데 올해는 4명이니 더 순조로웠다.

-역대 최다승 신기록(93승)까지 세웠으니 야구가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근데, 한번 지면 10패한 것 같은 분위기더라.(웃음)

-올해 인상적인 활약을 한 보우덴은 어떤 선수인가.

좋은 선수다. 하나 기억이 나는게, 올해 보우덴이 '노히트노런'을 하고 나서 불펜 포수와 나에게 시계를 선물했다. 메이저리그에선 노히트노런을 하면 시계 선물을 한다고 했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시계였다.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 보우덴이 미국으로 돌아갈 때 아이들에게 한복을 하나씩 선물했다. 이점을 강조해달라.(웃음)

-두산, 내년에도 우승을 할 수 있을까?

글쎄 KIA가 쉽지 않은데…. 그래도 우리팀이 수비를 정말 잘한다. 경기 중에 보고있으면 다른 팀들은 '아이고 잡을 수 있었는데 놓쳤네'하는 플레이가 나오는데, 우리는 반대다. 안타인 것 같았는데 대부분 잡아낸다. 그래서 늘 타구가 야수들에게 가면 기대가 된다. 어려운 타구도 잡을 것 같아서. 내년에도 올해처럼만 술술 풀리면 또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해야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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