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조용한 이대호, 일본행이 유력한 이유

기사입력 2016-12-21 10:01


이대호의 행전지로 일본 프로야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 9월 9일(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홈런을 친 뒤 시애틀 매리너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이대호. ⓒAFPBBNews = News1

한미일 3국 프로야구를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FA(자유계약선수) 이대호의 거취가 일본쪽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대호에 대한 표면적인 수요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고, 국내 구단들의 경우 몸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메이저리그는 아직도 FA 시장이 정리되지 않았다. 1루수 및 지명타자 요원인 에드윈 엔카내시온과 마크 트럼보, 마이크 나폴리 등이 여전히 구단들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모두 풀타임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 뛸 수 있는 거물급으로 평가받는다. 이대호와 포지션이 겹친다. 특히 이대호에 대한 활용도를 플래툰으로 한정지으려는 구단들이 많다. 지난 3일에는 마이매미 헤럴드가 '마이애미 말린스가 우타 1루수 요원인 크리스 존슨의 대체자로 스티브 피어스를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대호와 마크 레이놀스도 대안'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대호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지만 그가 원하는 풀타임 출전을 보장하는 팀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는 이대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미 이대호는 오릭스 버팔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2012~2015년 4시즌을 뛰면서 장타력과 정확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2015년에는 타율 2할8푼2리, 31홈런, 98타점을 때린 뒤 소프트뱅크로부터 3년 15억엔의 재계약 조건을 제시받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대호 영입 추진을 공식화한 팀은 소프트뱅크, 지바 롯데 마린스, 오릭스, 라쿠텐 골든이글스 등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소프트뱅크가 올해 지바 롯데에서 뛴 외국인 타자 알프레도 데스파이네를 영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닛칸스포츠는 20일 '소프트뱅크가 데스파이네에게 3년 총액 15억엔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바 롯데가 재계약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진 3년 12억엔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소프트뱅크가 데스파이네를 영입한다면 이대호에게는 더이상 관심이 없다는 뜻이 된다. 반대로 지바 롯데로서는 데스파이네를 대신할 타자가 필요하다. 올해 24홈런, 92타점을 친 데스파이네보다 한 수 위의 평가를 받는 이대호에게 더욱 관심을 쏟을 공산이 크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 관계자는 "이대호가 일본으로 갈 것 같다. 그중에서도 지바 롯데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대호의 몸값이 관건이 될 수 있는데, 1년전 소프트뱅크가 준비했던 수준 이상이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풀타임 출전을 할 수 있고, 이대호가 늘 얘기했던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무대가 일본이다.

반면, 국내 복귀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셈이 됐다. 이대호 영입에 관심이 있는 롯데 자이언츠는 아직 공식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최근 이대호와 한 차례 만남이 있었으나, 식사 자리에서 안부를 주고받는 수준의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이윤원 단장은 "이대호가 한국으로 온다면 우리와 함께 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본인의 뜻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일본쪽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대호 역시 한국 복귀를 선택한다면 롯데를 가장 유력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대호가 한국행을 결정한다면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하는지가 롯데의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일본쪽에서 흘러나오는 조건은 도저히 맞춰주기 힘들다. 4년 계약을 한다면 200억원 이상은 준비해야 일본쪽 조건과 수준이 비슷해진다. 물론 국내 FA 시장에서 형성될 가격이 따로 있겠지만, 역대 최고액이 KIA 타이거즈 최형우의 4년 100억원임을 감안하면 그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롯데 이외의 다른 국내 팀들도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이대호는 여전히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메이저리그 상황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한국보다는 일본 프로야구가 유력하게 거론될 수 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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