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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은 "지난 15년간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는 2경기가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대표팀 단체 훈련을 지켜봤다. 훈련 전 선수들을 소집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당부 메시지도 전달했다.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씁쓸함까지 감추지는 못하는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가 내 마지막이 아닌가. 이런 결과가 나와 가슴이 아프다. 두고두고 생각이 날 2경기가 있다. 하나는 2009년 WBC 일본과의 결승에서 연장전에 스즈키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맞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이스라엘전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1-1 동점 상황이던 8회 김태균의 볼넷 출루와 손아섭의 안타로 1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민병헌. 대타 카드로 최형우와 박석민을 낼 수 있었지만, 김인식 감독은 고민 끝에 민병헌을 밀어붙였다. 첫번째, 두번째 타석에서 안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좌익수 수비를 고려하면 민병헌을 쉽게 빼기 힘들었다. 그러나 민병헌이 3루 땅볼에 그치면서, 3루 주자가 득점에 실패했다. 다음 타자 양의지도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또 1번 중책을 맡은 이용규는 이스라엘전과 네덜란드전에서 3차례 희생 번트를 시도해 1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용규가 번트 잘대기로는 KBO리그에서 꼽아주는 선수다. 그런데 3번 다 실패했다. 그중 1번만 성공했어도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미련을 보였다.
그만큼 이스라엘전 패배는 뼈아팠다. 김인식 감독은 WBC 전력 분석을 시작할 때 부터 이스라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메이저리거가 대거 포진한 네덜란드는 A조 최강 전력으로 꼽혔고, 한국 대표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낯선' 이스라엘을 잡아야 했다. 특히 첫 경기 상대라는 점에 주목했다. 처음 꼬이면, 대회 전체가 흔들린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스라엘을 상대한 한국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했고, 타자들은 치지 못했다. 서건창의 동점타로 1-1. 하지만 추가점을 내지 못하던 대표팀은 연장 10회초 스콧 부챔에게 결승타를 허용해 고개를 떨궜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