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그토록 애 태우던 타선, 왜 마지막에야 터졌나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3-10 08:4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서울라운드 한국과 대만의 경기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대표팀이 11대8로 승리를 거두며 1승 2패의 성적으로 서울 라운드를 마감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3.09/

그렇게 애를 태우던 타선이 마지막 경기에서야 터졌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막을 내렸다. 더 정확히 표현하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모두 끝났다. 9일 열린 대만전에서 11대8로 승리한 한국은 1라운드를 1승2패로 마무리했다. A조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3전 전승을 거둔 이스라엘이 조 1위, 2승1패 네덜란드가 조 2위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대만은 3패로 A조 최하위다.

한국은 8일 네덜란드가 대만을 꺾고 2승을 확보하면서 9일 대만전 결과와 상관 없이 탈락을 확정했다. 4년 전 2013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다. 대표팀은 목표치였던 1라운드 통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대만전은 A조 최하위를 가리는 경기였다. 최하위로 끝나면 4년 후 WBC에서 예선을 치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무승'으로 대회를 마치기에는 개최국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대표팀은 앞선 이스라엘전, 네덜란드전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아 고전했다. 2경기에서 19이닝 동안 단 1점. 이스라엘전에서 서건창이 1타점 동점 적시타를 터트린 것이 유일한 득점이었다.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타격감은 어디로 가고 '변비 타선'만 남았다.

상하위 타선은 엇박자를 타며 흐름을 연결해주지 못했고, 김태균과 이대호가 지키는 중심타선은 약속이나 한듯 동반 침묵했다. 투수들이 제구 난조에서도 어렵게 버티는 가운데, 점수를 내지 못하니 이기기도 힘들었다.

탈락이 확정된 후 오히려 독기를 품은걸까. 아니면 컨디션이 살아났다는 증거일까. 한국 대표팀은 대만을 상대로 모처럼 호쾌한 공격을 펼쳤다. 총 18개의 안타가 터졌다.

1회초에 민병헌과 박석민의 안타로 선취 1점을 뽑았고, 2회에는 타자 일순하며 무려 5점을 냈다. 2경기에서 1안타에 그쳤던 4번 이대호도 4회에 1타점 우중간 2루타로 제 모습을 찾았다. 1번 중책을 맡고 부진했던 이용규는 이날 안타 2개로 살아났다. 대표팀은 4회에 이미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맹타를 터트렸다.

연장 10회에는 양의지가 리드를 되찾아오는 희생플라이를 기록했고, 대타로 나선 김태균은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홈런이다. 심한 감기 몸살 증세로 몸이 좋지 않았고, 부진과 경례 논란으로 마음 고생을 했던 김태균은 대타 홈런 한 방에 모처럼 후련함을 찾았다.


네덜란드, 이스라엘에 비해 비교적 익숙한 대만 투수들을 상대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대만 선발로 나선 천관위는 인천 아시안게임 등 최근 국제 대회에서 한국만 만나면 펄펄 날던 상대다. 하지만 이번에는 1⅓이닝 만에 3실점으로 끌어내렸다.

김인식 감독은 대회 내내 타순 때문에 고민했다. 최근 타격감과 수비를 고려해 간신히 첫 경기 이스라엘전 라인업을 짰는데, 양의지와 김재호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대타감도 마땅치 않고, 부상 선수 때문에 교체도 힘들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기다렸던 타선은 너무 늦게 터졌다. 대회 마지막 대회에 이르러서야 응답을 했다.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대회. 타선이 더 일찍 터졌다면 어땠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