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애를 태우던 타선이 마지막 경기에서야 터졌다.
한국-대만전은 A조 최하위를 가리는 경기였다. 최하위로 끝나면 4년 후 WBC에서 예선을 치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무승'으로 대회를 마치기에는 개최국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대표팀은 앞선 이스라엘전, 네덜란드전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아 고전했다. 2경기에서 19이닝 동안 단 1점. 이스라엘전에서 서건창이 1타점 동점 적시타를 터트린 것이 유일한 득점이었다.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타격감은 어디로 가고 '변비 타선'만 남았다.
상하위 타선은 엇박자를 타며 흐름을 연결해주지 못했고, 김태균과 이대호가 지키는 중심타선은 약속이나 한듯 동반 침묵했다. 투수들이 제구 난조에서도 어렵게 버티는 가운데, 점수를 내지 못하니 이기기도 힘들었다.
1회초에 민병헌과 박석민의 안타로 선취 1점을 뽑았고, 2회에는 타자 일순하며 무려 5점을 냈다. 2경기에서 1안타에 그쳤던 4번 이대호도 4회에 1타점 우중간 2루타로 제 모습을 찾았다. 1번 중책을 맡고 부진했던 이용규는 이날 안타 2개로 살아났다. 대표팀은 4회에 이미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맹타를 터트렸다.
연장 10회에는 양의지가 리드를 되찾아오는 희생플라이를 기록했고, 대타로 나선 김태균은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홈런이다. 심한 감기 몸살 증세로 몸이 좋지 않았고, 부진과 경례 논란으로 마음 고생을 했던 김태균은 대타 홈런 한 방에 모처럼 후련함을 찾았다.
네덜란드, 이스라엘에 비해 비교적 익숙한 대만 투수들을 상대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대만 선발로 나선 천관위는 인천 아시안게임 등 최근 국제 대회에서 한국만 만나면 펄펄 날던 상대다. 하지만 이번에는 1⅓이닝 만에 3실점으로 끌어내렸다.
김인식 감독은 대회 내내 타순 때문에 고민했다. 최근 타격감과 수비를 고려해 간신히 첫 경기 이스라엘전 라인업을 짰는데, 양의지와 김재호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대타감도 마땅치 않고, 부상 선수 때문에 교체도 힘들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기다렸던 타선은 너무 늦게 터졌다. 대회 마지막 대회에 이르러서야 응답을 했다.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대회. 타선이 더 일찍 터졌다면 어땠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