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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의 서울-수도권 쏠림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2010년대 들어 이같은 트렌드가 고착되고 있다. 제72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에서도 서울-수도권 강세가 이어졌다.
주말리그에 참가하는 60여개팀 중 서울이 15개팀, 경기-인천 등 수도권팀이 18개팀으로 과반수다. 서울-수도권팀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실력 차는 우려스런 수준이다.
우선 선수 구성부터 차이가 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된 선수인원은 서울팀이 많게는 지방팀의 두배 가까이 된다. 선수가 가장 많은 서울고는 선수가 무려 70명이다. 프로야구 한 팀 등록선수 엔트리 65명을 넘어선다. 배명고는 65명, 덕수고와 장충고는 55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지방팀들은 30~40명이다. 2015년 청룡기 우승을 차지한 대구 상원고가 58명으로 지방팀 중에선 매머드급이다.
선수단 버스만 3대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팀, 특히 서울팀에 선수가 많은 이유는 인구 대비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야구 유학'이다. 가능성 있는 지방 선수들 중 상당수가 서울로 전학한다. 서울팀 야구부는 각팀마다 전학생들이 꽤 된다. 성적이 좋으면 좋을수록 선수는 차고 넘친다.
서울팀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주전경쟁이 치열해 경기력이 높아지고, 동계훈련 등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코치도 4~5명까지 활용한다. 지방의 생활터전을 흔들어야 하지만 자식을 위해 학부모들은 출혈을 감수한다. 비용증가 등 부작용도 만만찮지만, 전국대회 성과와 대학 진학, 프로 입단 등에서 비교우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지방팀은 선수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우수 유망주를 눈여겨 봐둬도 어느 순간 서울로 떠나버리기 일쑤다. 고교야구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지만 개선점을 마련하기가 딱히 쉽지 않은 형국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