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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의 불펜 투수 김강률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각종 방송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중학교 이후 타석은 처음이에요."
고교 야구부에서는 요즘도 곧잘 4번 타자-투수가 등장한다. 하지만 김강률은 중학교 이후에는 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서본 적이 없다.
그래서 쳐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호기심은 있었죠. 타석에 서볼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그냥 '서보면 되게 신기하겠다' 정도였어요."
▶"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9회초가 2번 류지혁부터 시작됐으니 한용덕 수석 코치도, 강석천 타격 코치도 1번 김강률이 타석에 서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제 차례가 안올줄 알고 한 코치님이나 강 코치님도 '나가게 되면 치지 말고 그냥 서있으라'고 했어요.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9회 시작되자마자 2점 홈런 2방으로 역전을 하더니 2사 후 자신의 앞에서 박세혁과 김재호가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다.
"루상에 주자가 2명이나 있으니까 강코치님이 칠 수 있으면 쳐보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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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투수로만 등판했으니 타자 장비가 있을리 만무했다. "제가 나갈 차례가 되니까 (류)지혁이가 열심히 장비를 구해줬죠. 헬멧은 44번이 적힌 닉 에반스 것을 빌려다 줬고요. 보호 장비는 처음에는 자기 것을 줬다가 저에게 작으니까 (민)병헌이형걸 가져다 주더라고요."
배트는 처음에 눈에 보인 박건우 것을 쥐었다. "하지만 (박)건우가 본인 시합용이어서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류지혁 것을 빌려 나갔다.
▶"안타는 100% 운이었다"
상대 투수 백인식은 김강률을 상대로 연속 볼 3개를 던졌다. 이어 4구째에 김강률은 힘차게 배트를 휘둘러 헛스윙이 됐다.
"저에게는 스트라이크로 보였어요." 하지만 명백히 볼이었다. "2루에 있던 (박)세혁이가 제가 스윙하는 걸 보더니 '지금 뭐하는 거냐'고 손으로 'X'자 표시를 하며 스윙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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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하지 말라는 사인이 나오지 않았냐"고 묻자 김강률은 "나왔을 수도 있는데 제가 타자 사인을 몰라요. 그래서 사인을 내도 몰랐을 거예요"라고 웃으며 "안타는 100% 운이에요."라고 했다.
▶"이제 타자는 은퇴"
이닝이 끝나고 김강률이 더그아웃에 들어온 후에도 웃음바다가 됐다. "동료들에게 욕많이 먹었어요. 4점차로 벌려놔서 (이)용찬이 세이브 날려먹었다고. '넌 너밖에 모르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날 김강률은 야구하면서 가장 많은 문자를 받았다. "모두 '이런 날도 있네'라고 답장을 보내줬어요."
하지만 타자 욕심은 더이상 없다. "잘쳐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그냥 해본 거예요. 해프닝이죠 해프닝. 다시 타석에 설 기회는 앞으로도 없을 걸요. 이제 본업에 충실해야죠."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